약 5년 동안 심의문제로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정치 풍자 코미디 영화 ‘자가당착’은 청소년관람불가로 드디어 심의를 완료하고 개봉준비에 돌입했다. 영화심의역사에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긴 ‘자가당착’의 김선 감독은 지난 5년의 시간을 겪고 심의를 받은 솔직한 심정을 짧은 소회글로 공개했다.
김선 감독은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가 기사로 나오고 뉴스에도 나올만큼 유명하게 만들어 준 영등위에 감사를 전한다”면서 “대한민국 등급 역사에 좋은 선례가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김 감독은 5년 동안 갖은 이유로 ‘자가당착’의 상영을 막은 영등위를 격한 어투로 비난했다. 김 감독은 “기도 안 막히는 사유들로 이 영화를 상영금지 시킨 것에 대해서, 또한 그로 인해 관객들의 볼 권리가 침해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한 것에 대해서 욕을 바가지로 해주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어 “부당하게 제한상영가를 내리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점에 대해서 공식사과 하라고 요청했지만 ‘취소는 해드리지만 사과는 못한다’며 영등위는 나몰라하고 있다”면서 “‘법원의 판결이라서 듣긴 하겠지만 미안한 마음은 추호도 없다’처럼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위한 심의기관이라면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쯤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면 자폭하라”며 영등위를 맹비난했다.
지난 5년 간 두 번의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아 사실상 개봉을 불가능했던 ‘자가당착’은 다음 달 청소년관람불가등급으로 극장가에서 개봉한다.
다음은 ‘자가당착’ 김선 감독의 소회 전문
5년만이다. 2010년에 완성된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가 2015년에야 결국 개봉등급을 받았으니 만 5년 만에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5년 동안 참으로 끈질지게 이 영화의 상영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제한상영가를 두 번이나 내렸고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후에도 항소하고 상고해서 대법원까지 법적공방을 끌고 갔지만, 결국 “‘자가당착’ 제한상영가를 취소하라”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받고 말았다.
일단 그런 꾸준한 헛수고를 해주신 영등위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영등위 덕분에 개봉도 안했던 영화가 기사에 나오고 뉴스에 나올 만큼 유명해지지 않았던가. 또한 영등위 덕분에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 판정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대한민국 등급역사에 또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지 않았던가. 고맙다. 영등위야.
또 한편으론 영등위에게 욕을 바가지로 해주고 싶다. “국가원수에 대한 살인적 시도... 살인무기 같은 영화”, “반사회적 반국가적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악영향...”, “풍자극의 금도를 넘어 정치적인 선전극” 심지어는 “스크래치 장시간 지속돼 일반상영관에선 상영에 무리가 있다”는 등 기도 안 막히는 사유들로 이 영화를 상영금지 시킨 것에 대해서, 또한 그로 인해 관객들의 볼 권리가 침해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한 것에 대해서 욕을 바가지로 해주고 싶다.
아울러 묻고 싶다. 국민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부정한 배짱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냐고. 정권에 과잉충성 하려고 했다고 솔직히 말한다면 더는 묻지 않겠지만 또 “스크래치가 많아서 상영금지” 같은 되지도 않는 헛소리할거면 자폭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결국 5년만의 투쟁 끝에 ‘자가당착’은 개봉등급을 받았지만 여전히 영등위의 태도는 불손하다. 부당하게 제한상영가를 내리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점에 대해서 공식사과 하라고 요청했지만 “취소는 해드리지만 사과는 못한다”며 나몰라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라서 듣긴 하겠지만 미안한 마음은 추호도 없다”처럼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영등위야, 법보다 위에 있는 게 국민이란다. 진정 국민의 눈높이를 위하는 심의기관이라면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쯤은 해야 하는 거란다.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면 그냥 자폭하렴.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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