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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빠진 안방극장··· 주말 안방 모성애로 ‘감동’

엄마에 빠진 안방극장··· 주말 안방 모성애로 ‘감동’

등록 2015.09.08 06:00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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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빠진 안방극장··· 주말 안방 모성애로 ‘감동’ 기사의 사진



‘출생의 비밀, 치정, 복수, 배신, 음모’

이러한 소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소위 막장이라고 부른다. 자극적인 내용을 펼치기에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 보증수표라 불린다.

막장드라마는 주 시청층이 5,60대인 주말극과 궁합이 잘 맞는다. 누군가의 엄마이자 부인, 장성한 자식을 둔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 속 악녀(惡女)에 분노하거나, 착해 빠진 주인공에 쉬이 감정을 이입한다.

그래서 주말극 안방극장을 막장이 점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 주말극은 막장을 벗고 엄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을 알린 3편의 주말극은 모두 엄마를 품었다. 그렇지만 자식을 위해 막무가내로 희생하고 눈물짓는 예전의 엄마가 아니다. 엄마들은 복수도 하고, 사랑도 한다. 또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는 딸들에게 울부짖기도 한다.

안방극장은 왜 엄마에 집중했을까.

◆ 사랑하고 복수도 하는 ‘엄마’

과거 드라마 속 엄마는 희생의 아이콘이었다. 그렇지만 안방에 돌아온 엄마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지난 9월 5일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는 오랜 세월 자식들에게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 윤정애(차화연 분)가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다 내주고 빈 껍질만 남은 자신을 짐스럽게 여기는 자식들을 향해 펼치는 통쾌한 복수전을 그린다.

사별 후 홀로 4남매를 키우며 살아온 주인공이 ‘이만하면 내 인생은 성공했다’고 자신하는 순간 자식들로부터 뒤통수를 맞으며 벌어지는 내용을 드라마로 푼다.

정애는 아들-딸-며느리 모두 뜻을 모아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시집보내려 하자 온 집안의 유리창을 깨버리고 집을 나간다.

엄마에 빠진 안방극장··· 주말 안방 모성애로 ‘감동’ 기사의 사진


정애를 통해 본 엄마는 희생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향한 자식들의 괘씸함에 배신감을 느껴 귀여운 복수를 하는 스토리를 표방하고 있는 것.

작품은 ‘러브레터’, ‘불새’, ‘누나’를 연출한 오경훈 PD가 연출을 ‘그대 그리고 나’, ‘엄마의 바다’, ‘누나’를 집필한 김정수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오경훈 PD는 “최근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니 부모 자식 간에 효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내용이 나왔다. 10년 전에 비해 부모 자식 사이의 관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족 간의 화두로 드라마에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연출자의 말처럼 부모 자식 간의 달라진 관계에 초점을 맞춘 ‘엄마’는 유쾌한 복수전을 통해 엄마와 자식 간 화해 방법을 모색한다.

◆ ‘내 딸 금사월’ 모성보다 강한 욕망

‘엄마’의 뒤이어 방송되는 ‘내 딸 금사월’은 지난해 ‘왔다 장보리’의 흥행을 견인한 김순옥 작가와 백호민 PD가 재회한 작품이다.

지난 9월 5일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은 복수와 증오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위에 새롭게 꿈의 집을 짓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로, 가족으로의 회귀와 가정의 복원을 소망하는 내용을 담았다.

‘왔다 장보리’가 그러했듯 막장드라마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내 딸 금사월’은 오해와 갈등 끝에 첫사랑과 이별한 득예(전인화 분)가 사기 결혼을 당하고, 25년이 흘러 알게 된 주인공이 치밀한 복수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엄마에 빠진 안방극장··· 주말 안방 모성애로 ‘감동’ 기사의 사진


현모양처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전인화가 이빨을 감춘 채 치밀하게 준비해 복수에 나선다. 현모양처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그의 딸 금사월(백진희 분)을 버릴 수밖에 없는 것.

이에 대해 백호민 PD는 “흔한 연속극이 그러하듯 엄마의 이야기, 엄마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하며, “엄마와 딸의 극단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관계 속에서 따뜻함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에 대한 욕망과 이기심으로 자신의 딸을 버리는 일도 불사하는 엄마를 그리는 ‘내 딸 금사월’은 죄와 그 속에 얽힌 관계에 집중한다.

◆ ‘부탁해요 엄마’ 애잔한 이 시대 엄마

가장 고루한 엄마는 고두심이 분한다.

지난달 15일 첫 방송한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는 ‘집에서만 벗어나면 행복’ 이란 생각을 가진 딸과, ‘니들이 엄마를 알아? 내 입장 되어 봐’라고 외치는 엄마, ‘난 누구보다 호쾌한 시어머니가 될거야’ 라고 마음먹고 있는 또 다른 엄마가 만나 좌충우돌 가족이 되어가는 공감백배 유쾌한 드라마다.

임산옥(고두심 분)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한 번을 안 져주고 늘 딸 이진애(유진 분)에게 모진 말을 퍼붓는다. 진애는 하루하루가 수난시대.

엄마에 빠진 안방극장··· 주말 안방 모성애로 ‘감동’ 기사의 사진



산옥은 장남 이형규(오민석 분)만 무조건적으로 편애한다.

장남 혹은 아들만 편애한다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의 고전이다. 이후 진애는 사회에서 만나 멘토처럼 삼았던 영선(김미숙 분)의 며느리가 된다.

하지만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영선의 모습은 엄마 임산옥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후 진애가 겪는 갈등과 관계 속에서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펼친다.

‘부탁해요 엄마’ 제작진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애잔한 모습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 ‘엄마’의 유쾌한 변주

세 편의 주말드라마는 모두 엄마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변주를 통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엄마를 보여주고 있다.

TV 속 엄마들은 모두 희생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려지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를 받아들이던 시청자들 역시 드라마 속 엄마는 당연히 희생을 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엄마는 누군가의 부모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분노와 복수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에 발맞춰 주말극이 유쾌하게 엄마를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재밌는 변주의 쾌감을 선사한다.

강요하는 모성이 아니라서 더욱 유쾌한 하반기 변화가 반갑다.

이제 막 첫 삽을 뜬 세 편의 드라마가 엄마와 딸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까. 또 결국은 막장으로 회귀하고야 마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도는 괄목할 만하다. 안방극장에 새로운 엄마를 보여준 주말극이 건강하고 유쾌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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