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계의 신인 배출은 너무도 어렵다. 우선 트로트 자체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하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의 데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두터운 진입 장벽이다. 다른 장르 가수들과 달리 트로트는 평생을 함께 하는 팬덤층이 막강하다. 특히 이 팬덤이 트랜드에 민감한 2030세대가 아닌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 번 뜬 트로트 가수들의 롱런이 가능한 이유다. 이런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에 굳이 도전장을 던진 연분홍의 의지가 궁금했다.
“그냥 전 뼛속까지 트로트 가수에요. 제가 말을 배우고 동요를 부를 나이 때부터 트로트를 따라 불렀데요. 하하하. 안믿겨 지시죠. 정말이에요. 사실 집안 자체가 국악을 전공한 국악 집안이에요. 어머니는 해금, 아버지는 피리, 저도 대학에서 해금을 전공했구요. 국악 때문에 행사를 갈 일이 참 많았어요. 그런 자리에서 한 두 곡씩 트로트를 불렀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무엇보다 제가 행복했죠. 부모님께 딱 1년의 시간을 허락받고 도전을 선택했어요.”
그 1년이란 시간이 바로 올해 초였다. 대구에서 용인의 할머니집으로 올라왔다. 패기만 넘쳤다. 사실 가수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 오디션 정보도 전무했다. 그저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꿈을 꾸면 기회가 온다고 하던가. 우연한, 아주 우연한 기회가 트로트 가수 지망생 곽지은(본명)을 지금의 트로트 여가수 연분홍으로 만들었다.
“할머니 집이 용인이고, 버스 정류장에 붙은 전국노래자랑 플랜카드를 보게 됐어요. ‘어! 저거다!!!’란 생각에 아무런 고민 없이 동사무소에서 접수를 했죠. 할머니도 모르셨고, 부모님도 당연히 몰랐죠. 사실 그때 예선 떨어지면 대구로 내려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덜컥 1차가 붙었죠. 그리고 2차에서 본선에 오르고, 최우수상까지. 하하하. 그때 기분 대박이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제 운명이 바뀌었죠.”
당시 현장에 있던 지금의 소속사 임원의 한 지인이 연결 다리가 됐다. 지금의 소속사 관계자들 앞에서 오디션 형식의 면접이 이뤄졌다. 그의 노래를 들은 소속사 관계자는 바로 손을 내밀었다. 가능성을 봤다. 아니 충분한 성공 이유가 분명해 보였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현재 소속사 임원이 ‘트로트 퀸’ 장윤정을 발굴한 인우기획 임원이었단 점에 너무도 놀랐다고.
“정말 운이 좋았어요. 제 실력이라기 보단 제가 정말 운이 좋았어요. 그 자리에 지금의 소속사 관계자분의 지인이 계셨단 게 정말 희안한 인연이었죠. 자리가 연결돼서 오디션을 보는 데 제 노래를 듣고 할머니 목소리라고 하셨어요. 하하하. 사실 좀 묘한 칭찬이었죠. 그런데 트로트는 전 연령대를 아울러야 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할머니 목소리가 친근감의 표현이셨나봐요. 트로트에선 그래야 임팩트를 잡을 수 있고. 어떤 분은 제 목소리에 한이 담겨 있데요. 어린 나이인데도 묘하다고(웃음). 아무래도 국악을 전공한 게 도움이 좀 되나봐요.”
지금의 소속사를 만난 뒤 거의 동시에 앨범 작업이 이뤄졌다. 이미 소속사 측에선 아마추어의 수준을 넘어선 트로트 보컬이라고 봤던 것이다. 지난 8월 초 쇼케이스를 열고 발표한 곡이 바로 ‘못생기게 만들어주세요’다. 타이틀곡 제목이 독특하다. 사실 꽃띠 신인 여성 트로트 솔로가수의 데뷔 타이틀곡 제목 ‘임팩트’로는 딱이다. 하지만 제목이 여성 가수로선 상당히 파격이다. 연분홍도 쑥스러운 듯 웃었다.
“저도 처음에 제목을 듣고 조금 실망했어요. 사실(웃음). 그리고 원래 제가 마음에 들었던 곡은 이번 데뷔 앨범에 ‘처음처럼’이란 곡이에요. 그런데 데뷔 곡이고, 제가 아직 어떤 가수인지도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크게 힘을 실어야 한단 계획에서 이 곡으로 타이틀곡이 변경됐죠. 노래 가사도 좀 쎄요. 하하하. 자세히 들어보면 좀 재수 없게 들려요. 하하하. 그런데 벌써부터 꽤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중독성이 강하다고 해주시니. 트로트 같지 않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독특하고.”
이제 가수로 첫 발을 내딛은 지 불과 4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전국노래자랑’ 무대가 지난 5월 초였다. 불과 4개월 만에 연분홍에겐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끝까지 간다’에도 출연해 결선무대까지 올라갔다. 쟁쟁한 선배가수들과 경쟁해 벌인 결과다. 어느 누구도 몰라보는 신인 트로트 여가수의 상큼한 반란이다.
“덜컥 ‘끝까지 간다’ 스케줄이 잡히고 ‘나가야 한다’고 말씀을 하셔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겁만 났었죠. 진짜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힘을 제가 낸 건지. 자꾸만 다음 무대로 올라가더라구요. ‘어? 이거 뭐지?’하면서 점점 올라가고. 진짜 웃긴게, 제가 적어낸 곡이 꼭 제 손에 잡히더라구요. 아무래도 제가 운빨이 정말 좋은 가봐요. 돌아오는 주말에 결선 무대가 방송되는 데 이러다가 우승이라고 할려나? 에이 욕심이겠죠. 하하하.”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연분홍의 꿈은 현재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게 목표다. 트로트 여가수 연분홍의 노래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꼭 다시 서고 싶은 욕심이다. 가수 지망생으로 올랐던 무대다. 이제는 어엿한 가수다.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리고 진짜 욕심을 따로 있다.
“정말 존경하고 꼭 뵙고 싶은 분이 있어요. 주현미 선생님이요. 제 우상이나 다름없어요. 아니 우상이시죠. 글쎄요. 언제가 될지 모르는데 선생님과 듀엣 콘서트를 해보는 막연한 꿈을 꿔봐요. 만약에 선생님이 자신의 디너쇼에 절 게스트로만 초대해 주신다면. 진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요. 하하하. 뭐 그런데 그게 이뤄질까요(웃음). 지금부터 노력하고 달려봐야죠.”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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