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시멘트 “쌍용양회 공개매각 시도는 경영권·우선매수권 침해 행위”

쌍용양회 매각협의회 상대로 법원에 경영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쌍용양회 2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대표이사 후쿠다 슈지)가 공개매각을 추진하는 쌍용양회 채권단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7일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산업은행 등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협의회)를 상대로 오는 10월8일 개최 예정인 쌍용양회 임시 주주총회에서 협의회의 의결권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태평양시멘트는 협의회가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에 대해 자신들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는 지위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도 제기했다.

쌍용양회 지분의 46.83%를 보유한 채권단은 10월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시멘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10월 유동성 위기를 겪던 쌍용양회와 당시 외자유치 도입을 추진하던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1차 3650억원(당시 환율 기준), 11월 2차 3000억여원의 전환사채(CB) 매입 등 총 6650억여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2005년에는 채권단 출자전환과 함께 우선매수청구권 자격을 부여받았다.

이후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2005년 쌍용양회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벗어났고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4개 채권금융기관 주주로 이뤄진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태평양에 협의회 보유 주식의 우선매수권을 보장하고 태평양이 쌍용양회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태평양 측은 최근 채권단이 보유 주식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평양이 협의회가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에 대한 매수 및 협상 의지를 여러 차례 분명히 해왔다는 지적이다.

태평양시멘트 관계자는 “협의회가 취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2000년 투자 이후 16년간 당사에게 보장된 쌍용양회 경영권을 협의회가 인정하지 않는 행위”라면서 “오직 본인들의 매각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쌍용양회 다른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주주권 남용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간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의 재무적 기초 훼손을 우려해 출자 이래 한 번도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정상화를 지원했다”면서 “만약 협의회의 주식매각 절차가 계속돼 자사가 경영권을 잃는다면 이는 향후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평양시멘트는 일본 최대 시멘트 제조업체로 쌍용양회 지분 32.36%를 소유하고 있다.

차재서 기자 sia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