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서부전선’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천성일 감독 외에 두 주연배우 설경구 여진구가 참석했다.
설경구는 데뷔 이후 연달아 군인 역을 맡은 소감에 대해 “지금까지 총 3번째다”면서 “‘박하사탕’ ‘실미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고 전했다. 그는 “‘실미도’에선 최정예 북파공작원이었다”면서 “‘박하사탕’과 비교될 수 있겠지만, ‘서부전선’에선 국가관이나 투철한 무언가가 없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을 지닌 소시민이다”고 전했다.
극중 설경구가 연기한 ‘남복’은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 영화 속에서도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어수룩한 캐릭터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천성일 감독은 “사실 그러면 안되는데 가장 편한 선택을 했다”면서 “일반적으로 미디어에서 촌스럽고 어리숙하며 밑바닥인 것 같은 분들이 충청도 사투리를 많이 써왔다. 좀 쉽게 이미지화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실제 고향도 충청도라 대사 쓰기도 쉬웠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상대역인 여진구와의 호흡을 묻자 “지금까지 나와 연기한 여배우 가운데 최고의 여배우다”고 극찬했다. 설경구는 “극중 여배우분들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메인 여배우가 없다”면서 “여진구는 내게 최고의 여배우다”며 여진구의 성씨인 ‘여’를 빚대어 농담을 했다.
한참 선배인 설경구와 밀리지 않는 케미를 선보인 여진구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이날 여진구는 극중 흡연 연기를 한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도 담배를 권하는 북한군 상사에게 ‘학생이다’며 거부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여진구는 아직 미성년자다.
그는 흡연 연기 질문에 대해 “금연초를 사용해서 당시 장면을 촬영했다”면서 “냄새가 오래가긴 했다. 하지만 특별하게 힘든 점은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흡연 외에도 입에서 쉴새 없이 쏟아지는 욕 연기에 대한 관심도 컸다.
여진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게 욕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처음에는 욕심이 생겨서 다양한 욕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내 입에도 붙고 관객들도 익숙할 만한 욕은 극히 한정돼 있었다”고 웃었다. 이어 “(극중에서 선배 설경구에게 욕을 한 것에 대해) 욕은 설경구 선배가 먼저 했다”면서 “욕에 대해서는 난 정당방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여진구의 극중 북한말 사투리에 대해서 설경구는 “‘나의 독재자’ 시절 내가 했던 북한말 사투리에 비교하면 여진구의 사투리 연기가 훨씬 좋다”고 칭찬했다. 이에 여진구는 “처음 북한말 사투리 선생님에게 배우기는 했다”면서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쑥스러워했다.
연출을 맡은 천성일 감독은 충무로에서 주가를 높이던 히트 시나리오 작가였다. 이번 영화로 연출에 데뷔한 천 감독은 “‘서부전선’ 시나리오는 이미 초고가 7~8년 정도 됐다”면서 “촬영 버전이 8번째 버전이다. 지금까지 결말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소개했다.
촬영 당시 힘들었던 점에 대해선 “실제 제작한 탱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힘들었다”면서 “속도감이나 무게감이 거의 표현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영화 전체의 맥을 관통하는 전쟁에 대한 소재에 대해 “전쟁이란 미시적으론 잔인하지만 거시적으론 완벽한 코미디다”면서 “아무리 승리한 전쟁이라도 해피엔딩은 절대 없다. 그런 점을 이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남한군 병사 역에 설경구, 북한군 병사역에 여진구가 출연한다. 866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대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각본을 맡은 천성일 감독의 상업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24일 개봉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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