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펀드 활용 방안, 명확히 드러난 내용 없어재계, 자발적 기부 해놓고도 비판적 시선에 속앓이“일방적 기부 강요하는 문화 옳지 않아” 불만 폭발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외한 9개 기업은 지난 10월 2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정부가 공익신탁을 관장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잇달아 약정했다. 기업의 명의가 아니라 총수와 임원 개인의 명의로 약정된 기부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직접 제안해 만들어진 기금으로 민·관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부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명의의 200억원 기부로 첫 테이프를 끊었고 3일 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50억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재계 빅5의 나머지 일원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제히 기부 약정을 마쳤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모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재계 순위 중상위권 기업 총수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현재까지 재계의 이름으로 기부된 청년희망펀드 기부금액은 107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급여의 일부를 떼어 청년희망펀드에 매달 기부하기로 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하 포스코패밀리 계열사 임원들의 기부액(연간 40억원 추산)까지 합하면 11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의 기부를 달갑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기금이 왜 만들어졌으며 적립된 기금을 정확히 어떻게 누구를 위해서 쓰일지에 대한 대안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걷어서 관리하는 정부나 돈을 내는 기부자 모두가 불편한 기부가 됐다.
더구나 기업에게는 돈을 받지 않겠다는 당초의 정부 취지와 달리 현재의 기부 형태가 많이 퇴색됐다는 일부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거 전두환 정권 당시 진행됐던 ‘일해재단 성금 모금’의 재림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역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분명히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기꺼이 낸 돈이다. 그러나 주변의 시각은 ‘남이 했으니 나도 해야 면피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삐딱한 시선이 많다.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는 면세점 등 정부가 인허가권을 보유한 각종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사법당국으로부터 잘 보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기에 더더욱 마음이 꺼림칙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각 기업이 청년 고용을 위한 실질적 교육이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적과 대안이 불명확한 기금에 돈을 내라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차라리 청년 고용 폭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낫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이득을 취한 만큼 사회에 이를 돌려줘야 한다는 시각 때문에 다가올 연말 이웃돕기 성금 기부도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도 좋지만 반강제식으로 기부 문화를 만드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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