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지만 슬프다, 시리다···
시대를 초월한 로맨티시스트 베르테르가 돌아왔다. 15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베르테르’(연출 조광화, 제작 CJ E&M, 극단 갖가지)가 막을 올렸다. 2002년 이후 13년 만에 베르테르로 돌아온 배우 조승우와 다섯 시즌에 걸쳐 베르테르로 관객과 만난 엄기준, 규현이 시린 사랑을 노래한다.
1774년 간행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원작인 뮤지컬 ‘베르테르’는 2000년 국내 무대에 올려진 이후 15년 간 관객,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베르테르’의 인기 요인은 한국적 해석을 꼽을 수 있다. 스토리와 무대 등 서양 뮤지컬 고전을 따르지 않고 한국적인 해석으로 국내 무대에 안착했다. 또 연출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보이며 새로운 느낌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는 15년 동안 ‘베르테르’가 국내에 공연된 힘이기도 하다. 베르테르 역시 누가 연기하느냐, 누가 연출하는 무대에 오르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에는 조승우, 엄기준, 규현이 번갈아 베르테르 옷을 입는다. 조승우가 연기하는 베르테르는 가슴을 쉴새없이 두드린다. 배역에 접근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면서 감성적인 조승우 특유의 장점이 베르테르와 만나 서정성을 배가시킨다. 이는 신의 한수다.
조승우의 슬픔과 눈물은 무대에서 객석으로 곧장 전해진다. 이는 그가 무대에 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그 어떤 장치도 없이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만나는 조승우의 감정은 이내 관객을 눈물짓게 만든다. 아프고 여리고 시린 베르테르는 조승우와 만나 카리스마를 뿜는다. 이는 관객을 즐겁게하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다부진 발성이 풍기는 안정감 역시 관객을 베르테르와 밀착시키는데 일조한다.
‘발길을 뗄 수 없으면’ 등 ‘베르테르’의 대표 뮤지컬 넘버 역시 명불허전의 감성으로 버무린다. 조승우는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감정이 커질수록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와 번뇌, 휘몰아치는 고통을 있는 힘껏 받아들인다.
구소영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현악기 중심의 클래시컬한 사운드는 베르테르의 열망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조광화 연출은 베르테르의 감정을 뚝뚝 전개시킨다. 이는 계산하지 않고 사랑만하는 베르테르의 감정과 비슷하다.
이상현, 전미도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특히 알베르토를 연기하는 이상현은 조승우와의 팽팽한 연기로 극적 몰입도를 높이고, 건장한 풍채, 단단한 소리는 '알베르토의 정석'이라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연출 조광화, 극본 고선웅, 작곡 정민선, 음악감독 구소영,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의상디자이너 한정임 등이 '베르테르'를 완성시켰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2016년 1월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 140분. 조승우, 엄기준, 규현, 전미도, 이상현, 문종원, 이지혜 등이 출연한다. [사진=CJ E&M 공연사업부문·극단 갖가지·창작컴퍼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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