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그동안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등 교통사고 발생 시 유일한 자동차 사고 기록 장치인 EDR의 기록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다보니 신뢰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기에 의무 규정을 통하여 이를 공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3년 만에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설사 본격적으로 공개를 하여도 전혀 소비자에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되레 관련 문제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에 면제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공개 의무화를 진행하면서 공개해야 하는 구체적 항목을 지정했고 분석 장비의 경우도 모든 차종에 공통적으로 가능한 통용 장비를 지정해 누구나 객관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EDR이 장착된 차량만 공개 의무 대상이 되고 구체적 항목 지정도 돼 있지 않으며, 구체적인 해석 장비도 해당 제조사에 맡겨져 있어서 객관적인 단체에서 장치를 구입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EDR 데이터 공개만 지정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유명무실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EDR 장치는 에어백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인 ACU에 포함된 소프트웨어인 만큼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으면 기록이 되지 않는 맹점이 있어 반쪽짜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EDR에서 공개되는 데이터가 의미가 있는 정보도 있지만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경우에는 운전자의 정보를 거의 확인할 수 없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단점이다.
확인 항목 중 단 한 가지 운전자의 브레이크 작동여부를 온-오프 개념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이 항목도 의미가 없다.
설령 브레이크 신호가 온으로 나와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추정하고 동시에 목격자가 차의 정지등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해도 제조사에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덜 밟았다고 하거나 가속페달과 동시에 밟았다고 해서 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에 문제를 제기하면 운전자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현재의 EDR은 사고 원인 규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되레 너무 EDR에 의존하다보니 숨어있는 문제점을 도외시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원인은 물론이고 해결책도 없는 셈이 됐다. 현재는 EDR를 이용해 책임 소재를 찾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운전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를 비롯한 각종 교통사고를 더욱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게 해결하려면 현재의 ‘자동차용 블랙박스’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지난 2009년 말부터는 현재 세계에서 이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OBD2라는 배기가스 자기진단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커넥터에는 운전자의 가속페달 밟는 정도를 비롯한 20여가지의 정보가 항상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 확인한다면 앞서 언급한 EDR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고 신뢰성 높은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치를 만들어 시험해 본 결과 EDR 보다 훨씬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해결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서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실정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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