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언급하기도 그렇지만, 유독 시청률에 민감한 시대다.
매일 새벽 도착하는 시청률표에 숫자 하나하나에 제작진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시청률에 의해 드라마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기 때문. 소위 시청률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는 고무줄 방영이 일쑤고, 그렇지 않은 드라마는 조기종영을 당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임을 보장한다는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막장드라마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패턴으로 자극을 주면서 시청률을 챙기기도 하고 웰메이드 드라마라도 트렌드에서 너무 앞서가거나 홍보 부족 등 여러 요인들로 시청률이 하락, 드라마 회차 일부가 사라지기 일쑤다.
장안의 화제인 MBC ‘내딸 금사월’이 전자에 해당한다. 본래 '인간 삶의 보금자리인 집을 바탕으로 주인공 금사월이 복수와 증오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위에 새롭게 꿈의 집을 짓는 드라마'라 제작취지를 밝혔지만 제작진이 말하는 '꿈의 집을 집을 짓는 것'보다 다른 곁다리 요소들이 드라마를 채우고 있다.
죽은 인물이 다시 살아나고 복수가 복수를 낳는데 치중하는가 하면 자신의 어머니보다 사랑하는 남자의 가족을 더 챙기는 모습만을 그리는 등 개연성은 부족하고 자극적인 요소들이 드라마 속에 가득하다. 이런 드라마의 전개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자자한 상황.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가뿐히 넘겼다. 20%를 넘기면 성공한 것이라 평가받는 요즘 30%를 넘겼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광고 완판은 물론이고 극중 PPL까지 인기 고공행진하면서 소위 말하는 대박 드라마 대열에 합류하는 것.
물론 대중문화인 드라마를 대중의 구미에 맞췄다고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드라마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이름들만 바뀔 뿐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이 상주, 이 드라마가 저 드라마 같고 이 내용이 저 내용과 같다. 이는 가볍게 넘겨볼 문제가 아니다. 같은 소재라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치즈인더트랩’은 로맨스물임에도 불구하고 치정과 복수라는 간단한 공식이 아닌 연애에서 발생될 수 있는 미묘 복잡한 심경을 밀도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극성이 강한 요소들을 모으지 않고도 여러 방식으로 극을 풀어가며 흐름을 일관되게 끌어가야 한다는 점. 이것이 웰메이드 드라마가 가져야하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청률은 이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웰메이드 드라마이지만 안타깝게도 마니아층만이 보는 드라마를 예를 또하나 들자면 SBS ‘애인있어요’가 있다.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복수, 불륜 등 막장의 요소를 두루 갖췄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고급지다. 전개의 구성이 연관성이 있고 인물들간의 관계가 매끄럽고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1인 다역을 연기중인 김현주의 관록의 연기와 지진희, 이규한의 하모니를 비롯해 명품배우들의 구멍없는 연기는 매회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인있어요'는 시청률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연말 두 자릿수 가까이 치솟으며 상승세를 타는가 싶었지만, 다시금 하락하며 최근 5%대까지 떨어지면서, '애인있어요'를 매회 챙겨보는 시청자들에게 의문점을 안기기도.
시청률이 전부인 상황이 아닌 이유는 TV를 제외한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시청률 집계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점이다.
옛날처럼 온가족이 TV를 틀어놓고 가만히 앉아서 TV를 시청하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집계기준)1위 KBS2 첫사랑(1997 방송) 65%, 2위 MBC 사랑이 뭐길래(1992) 64.9%라는 숫자를 기록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시청률이 30%를 넘는 드라마는 손에 꼽는다. 핸드폰, 노트북 등의 기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시청률이 집계되는 방식은 더 이상 옛날과 같은 신뢰를 얻기란 힘들어졌다. 실시간으로 아니면 다시보기로 언제든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 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잠재 시청률이 얼마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렇듯 더 이상 시청률이 점차 의미를 잃어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방송국에서는 이익 여부를 판가름 하는 잣대로 시청률을 중요히 생각한다. 아쉽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이 그 잣대 때문에 사라져 갈 것을 생각하면. 시청률이 드라마의 수명을 좌우하는 그런 세태가 점차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금아라 기자 karatan5@
뉴스웨이 금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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