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극내외 빌딩·업무시설 등 실적 좋아현대엔지, 설계특화 초고층 건축실적 없어 약점
업계에서는 외견상 GBC추진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정수현 사장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현대엔지니어링의 개인 최대주주(11.7%)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후광을 등에 업은 김 사장이 맹추격하는 분위기여서 호각지세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형과 아우, 3조원 놓고 격돌 =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현대차 그룹 계열사다. 한지붕 식구라는 의미다. 게다가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자회사다. 때문에 이들은 연결제무재표를 사용한다. 매출과 수주관련 수익 등 경영실적도 합산해서 공시하고 발표한다.
때문에 메인타워(56만611㎡)를 비롯 ▲전시·컨벤션(5만251㎡) ▲공연장(2만9850㎡) ▲호텔(5만7496㎡) ▲업무시설(13만7821㎡) ▲판매시설(8만6818㎡) 등 3조원에 이르는 공사물량을 누가 가져가든 그룹차원에서 보면 큰 의미가 없다. 이들이 같은 주머니를 차고 있기 때문에 도긴개긴이란 얘기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법인이 엄연히 다른 만큼 개별 재무제표로보면 각사의 경영성과가 그대로 드러난다. 정수현 사장과 김위철 사장이 물밑에서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사업 수주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드 수수료를 얼마로 정할까라는 이슈로 8개월 넘게 협상을 끌며 집안싸움을 한 사례가 있다. 현대건설은 더 많이 받기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더 깎으려고, 형과 아우가 서로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였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협업 건설현장에서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 간 자존심 싸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각자 회사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의미다.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도 정 사장과 김 사장이 각 회사실적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사활을 건 수주전에 나설 것 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현대ENG, 정의선 부회장 후광 무시못해 = 공사를 누가 맡더라도 시공능력은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상 정 사장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시공능력평가 2위, 김위철 사장의 현대엔지니어링은 9위다. 모두 10위권 이내 건설사들로 역사와 전통은 물론 실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일단 정수현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현대건설이 한발짝 앞섰다는 평가다. 고층빌딩 시공사 경험과 현장 관리 능력, 명성 등에서는 한발 앞서 있다는 의미다.
건설종가, 업계맏형을 자임하는 현대건설은 해외 주요 빌딩·업무시설 개발만 해도 베트남 BITEXCO 파이낸셜 타워, Specialist 호텔, 싱가포르선텍시티 등 셀수 없다.
국내에서도 킨텍스 전시장, 여의도 전경련 회관, 부산 국제금융센터, 부산 BEXCO, ASEM 컨벤션센터 등 굵직한 빌딩·업무시설들을 시공한 경험이 있다.
현재 TF(테스크포스) 형태로 운영되는 GBC 신사옥추진사업단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신사옥추진사업단은 GBC프로젝트에 필요한 각 본부를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다. 전체 구성원 80여명 가운데 약 80%가량이 현대건설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단장을 맡았고, 사업단 역시 현대건설 계동 본사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김위철 사장의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에 특화된 회사로 초고층 건축 실적이 거의 없다. 플랜트 사업 위주로 강점을 가진 회사라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존재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후계자인 정 부회장이 2대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성장할수록 정 부회장이 가진 지분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로, 상장을 통해 현금실탄을 확보하거나 현대건설 등과의 합병을 통해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후계구도에서 없어선 안될 핵심회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상 현대차그룹 내 공사의 경우 현대건설보단 현대엔지니링에 몰아주기 수주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을 더 밀어주고 있다는얘기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 현대엠코가 성장한 것도 그룹공사 물량 덕분이라는 시각이 많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 그룹이 GBC와 같은 대형공사 수주를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 올리는 데 가장 좋은 호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GBC사업의 경우 현대차그룹 전체 후계구도까지 연결돼 있는 만큼 현대건설의 완승을 장담할 수 없다. 정의선 부회장의 변수로 현대건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수도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의 100년 대계를 이루는 사업인 만큼 정수현 사장과 김위철 사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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