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국 D-1

등록 2016.03.08 09:14

기자

인공지능 ‘마의 벽’ 바둑, 이번엔 깰까
양측 모두 승리 자신···결과 관심

이세돌9단(우측)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좌측). 사진=구글 제공.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관전 포인트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길지 여부다. 알파고가 가령 이기게 된다면, 체스에 이어 인공지능 분야 ‘마의 벽’이라 불린 바둑 마저도 컴퓨터에 왕좌를 내줬다는 평가가 나올 전망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개발사는 모두 대국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의 대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시작된다. 대국 하루 전인 8일 오전 10시에는 대국과 관련된 미디어 브리핑이 진행된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이세돌 9단이 모두 참석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은 9일 오후 1시 시작된다. 10, 12, 13, 15일까지 총 5판이 진행된다. 걸린 상금은 100만달러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전 경기는 모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된다.

알파고는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는 단순히 바둑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제작된 범용 프로그램이다. 바둑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다. 세기의 대결로 바둑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있지만, 기후 모델링, 복합성 질환 분석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머신러닝 기술은 말 그대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스로 패턴을 분석하고 학습해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으로 구현됐다. 수많은 경우의 수 중 가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이는 기존 체스, 바둑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체스, 바둑 프로그램은 무작위로 대입, 경우의 수를 찾아내는 방식에 국한됐다. 체스의 경우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작위 대입으로도 인간을 이길 수 있었다. 바둑은 체스와 다르다.

돌을 놓는 위치 선택에 우주의 원자 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고 구글은 설명한다. 컴퓨팅 기술 발전으로도 단순 무작위 대입으로 인간 최고수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단순 대입이 아닌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특별한 탐색 알고리즘을 통해 다음의 수를 결정한다. 고급 탐색, 심층 신경망 시스템을 통해 바둑판을 분석하고 정책망은 다음벌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 가치망은 다음번 승자를 예측한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기존 대국들의 정보들을 입력, 학습을 시켜 더욱 성능을 강화했다.

그 결과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눈에 띄게 상승했고, 최고의 바둑 프로그램과 토너먼트를 진행, 500회 대국 중 단 한번을 제외한 모든 대국에서 승리했다. 판후이 유럽 챔피언과의 대국에서도 5:0으로 승리를 거뒀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일정이 잡힌 뒤 지속 강화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에 따르면 알파고를 중단 없이 한달 간 기계학습을 시킬 경우 1명의 프로기사가 1000년 동안 대전을 벌인 것과 같은 학습효과가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있을지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 나온다.

바둑은 아직까지 인공지능에 있어 ‘마의 벽’으로 불리는 분야라 불린다. 경우의 수는 체스와 비교 조차 되지 않는다. 단순한 규칙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지만, 첫수부터 마지막수까지 전체 게임의 흐름을 이해해야 승리할 수 있다.

알파고가 매 수 마다 최적의 한수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게임 끝까지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아직 이세돌 9단 등 최고수들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은 판후이 2단과 이세돌 9단과의 격차를 들기도 한다. 알파고가 이긴 판후이 2단은 세계 최고수라 불리긴 다소 어려운 선수다. 유럽은 바둑분야에서 변방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세돌 9단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수다.

이세돌 9단이나 구글 딥마인드는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의 실력이 이미 상당하며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제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도 “승률은 5:5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추고 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