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터’(감독 정희성)는 술에 취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괴담을 소재로 들었다.
전학생 윤재(김시후 분)는 낯선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배회한다. 그런 그에게 반 친구 세준(최태준 분)은 다가가 적응을 도와주고 둘은 가까워 진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세준의 이야기에 윤재는 동참하게 되고 둘은 모든 것을 함께하게 된다.
두 사람은 술에 취한 여성들을 노리는 은밀한 아르바이트를 이어간다. 윤재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계속해서 일을 이어가고, 세준 역시 말 못할 가정사가 발목을 잡는다.
위험한 아르바이트의 늪에 빠진 두 사람은 해서는 안될 일에 가담하게 되고, 어느 날 은영(문가영 분)에게 그 모습을 들키게 된다.
성범죄에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 가담했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는 ‘커터’는 충격적인 범죄 묘사와 교훈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범죄에 가담한 두 청소년의 심리 묘사보다 미완의 청춘이 치닫는 비극과 우정을 나누는 두 고교생의 미묘한 심리를 따라가게 한다.
경감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를 밝혔지만, 뜻밖에도 영화의 무게는 사회 구조 속에 현실에 내몰린 두 미완의 청년이 마주하는 무게와 이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 전개에 실렸다.
두 청년은 우정을 쌓아가고, 서로의 가정사를 알면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어쩐지 끌리는 마음 역시 우정이리라. 그 사이에 여자 문가영이 자리하며 우정에 미묘한 감정이 흐른다. 집착일까. 우정일까. 알 수 없는 감정이 둘 사이에 흐르고 묘한 감정이 오가며 교차한다.
‘커터’는 청소년들의 꿈과 어쩌지 못하는 사회구조, 범죄에 대한 경각심, 미묘한 심리묘사, 삼각관계, 우정 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떠안고자 해 쉽게 이야기를 매듭짓지 모습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엔딩으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인물이 하는 선택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커터’는 최태준-김시후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최태준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밝고 바른 청년의 옷을 벗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내면에 떠안은 고등학생으로 변신해 호연을 펼친다.
최태준의 다양한 탈을 만날 수 있게 한 반가운 영화라 하겠다. 김시후 역시 불안한 청춘의 감정을 무리 없이 잘 입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인물의 서사와 내면의 심리묘사를 훌륭하게 소화한 주연배우 최태준-김시후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는 30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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