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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마이너스 금리 재앙 닥친다”

[아베노믹스의 비극]전문가들 “마이너스 금리 재앙 닥친다”

등록 2016.04.19 09:22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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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통화완화 日경제 건전성 위협글로벌 경기침체 엔저 유도 무용지물소비자 저축심리 강화로 되레 악영향은행들 수익성 나빠져 위기 빠질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2013년 4월 1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데 이어 2014년 10월 2차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까지 3년간 모두 240조엔을 풀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라는 이름으로 ‘돈풀기→엔화약세→수출 확대→임금인상→소비확대’를 유도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아베노믹스는 나랏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을 증대시킴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의 재정확대, 금융완화는 효과를 내는 듯했다. 지난해 말까지 3년 동안 일본의 주가는 약 2배 오르고, 실업률은 3% 초반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엔고의 저주’가 다시 살아나면서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불구 엔고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엔화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고 동시에 자산가격을 띄워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2013년 4월에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 등으로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60조~7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고, 2014년 10월엔 이를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1월엔 마이너스 금리 카드까지 빼들었다. 하지만 올 초 중국 등 신흥국 경제 악화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지자 국제적 안전자산인 엔화 강세에 시동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뜻을 비치면서 엔화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연간 80조 엔씩 시중에 풀고,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는데도 엔화 값이 오르는 것은 글로벌 경제 침체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불안감을 보이자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몰렸다.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엔화환율은 107.63엔까지 떨어져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 2015년 고점 대비 약 12%나 하락한 것이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는 폭락하고, 유럽 은행권의 건전성에 우려가 제기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뭉칫돈이 몰렸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달러화 약세에 속도가 붙자 엔화 가치는 더욱 고공행진 했다. 잇단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엔화 가치가 내려가기는 커녕 올라가자 아베노믹스가 결국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일본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악화하고 있으며, 잃어버린 20년은 잃어버린 30년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돈을 아무리 찍어대 봤자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없이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세인 점도 엔화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으로 실질 금리(명목 금리-기대 인플레이션율)가 상승해 미국과 금리 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실질 금리 차 축소로 일본 내 자금유출 가능성이 낮아지자 엔고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엔화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일본 단칸조사에서 2016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지난해 4분기에 0.7%였으나 올 1분기에 0.04%로 사실상 제로(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들어 기업과 소비자, 전문가 등 각 분야 조사에서 일본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급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최대의 우려는 은행의 수익성을 해치고 개인 투자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면 소비자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은행으로서는 개인 예금자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길을 선뜻 택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수익 압박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들이 없지 않다.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된다면 이른바 ‘관계수수료’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깜짝 발표한 이후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 34년만에 외국인 순매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일본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지수도 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올해 들어 0%에 정체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일본 정부는 지난달 경기 판단을 ‘일부 약함’에서 ‘약함’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반응에 아베노믹스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급진적 통화 완화의 부작용이 일본 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마이너스 금리는 이자소득을 차단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저축을 늘리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아베노믹스를 비난했다.

◇소비세율 인상하면 성장 악화

국제통화기금(IMF)은 경기부양을 위해 2013년부터 무려 240조엔(약 2500조원)을 푼 일본 경제가 내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IMF는 1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가 올해 0.5% 성장하는 데 그치고, 내년에는 0.1%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1%, 내년 0.3%를 예상했던 1월 전망치보다 각각 0.5%포인트와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는 내년 4월 예정대로 2%포인트 소비세율 인상이 이뤄지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엔화 강세와 신흥시장의 수요 둔화도 내년 상반기 일본 경제 성장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재정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내년 4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할 계획이다. 앞서 일본 경제는 2014년 4월 소비세율 인상(5→8%) 여파로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가계소비 부진과 대외수입 감소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IMF는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의 실질금리가 2018년까지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이 2017년까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대조적이다.


이지영 기자 dw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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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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