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서 마의 5년차를 넘기면 ‘중견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이돌의 수명은 짧다. 게다가 늦어도 2년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이후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암묵적인 공식도 있다.
이는 차차 깨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이돌은 여전히 대중 앞에 나설 기회와 시간이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과 소속사는 데뷔를 하자 마자 히트를 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최근 이런 판도를 뒤집어 놓은 그룹들이 있다. 바로 씨엔블루, 비투비, 갓세븐이다. 세 그룹은 높은 인지도와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만 소위 ‘대박’이라고 말할 만한 시기는 희미했다. 그렇다고 해서 실력과 비례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 왜?’라고 할 정도로 출중한 능력과 뜨거운 열정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껏 응축된 꽃봉오리는 이제 막 피어나고 있다. 그 자리에는 비옥한 흙이 즐비하다. 묵묵히,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으며 질 높은 옥토를 마련했다는 것.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었기에 지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차근차근 성장을 하며 피운 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 씨엔블루, 다시 보니 ‘이렇게 멋있었나’
씨엔블루는 최근 여섯 번째 미니앨범 ‘블루밍(Blueming)’을 발매했다. 더욱 화사해진 모습이 눈에 띈다. 그간 달콤한 노래도 해온 씨엔블루지만 조금은 묵직한 감성이 담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봄 시즌송’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확실한 변화를 시도했다.
변신은 통했다. 이전곡 ‘신데렐라’의 저조했던 성적을 만회했다. 씨엔블루는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로 SBS MTV ‘더 쇼 시즌6’, MBC 뮤직 ‘쇼! 챔피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퓨즈TV는 “씨엔블루가 디스코가 가미된 음악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씨엔블루는 데뷔곡 ‘외톨이야’로 히트친 이후 그를 뛰어 넘는 곡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상황.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데뷔 7년차 밴드가 됐다. 하지만 알고 보면 씨엔블루는 끊임없이 다른 색깔을 찾아 나서고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노력해왔다.
꾸준하게 자작곡으로 활동을 펼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이돌 밴드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기 위한 것도 있다. 그 결과 씨엔블루는 ‘이렇게 예뻤나’라는 색다른 곡이 탄생했고, 이는 씨엔블루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 비투비가 지닐 아름다운 ‘봄날의 기억’
비투비는 최근 새 미니앨범 ‘리멤버 댓(Remember that)’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봄날의 기억’은 ‘괜찮아요’ ‘집으로 가는 길’을 잇는 3연속 발라드 넘버다. 듣기 편한 멜로디와 따뜻한 날에 어울리는 봄 시즌 송이다. 이는 심상치 않은 흥행으로 비투비에게도 잊지 못할 ‘봄날의 기억’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비투비는 이 곡으로 ‘쇼! 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KBS2 ‘뮤직뱅크’에서 데뷔 4년 만에 지상파 1위를 거뒀다. 무려 1480일만의 기록이다. 지상파 첫 1위를 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봤을 때 걸스데이가 1095일로 가장 오래 됐는데, 비투비가 이를 깼다.
공연장 규모를 통해서도 이들의 상승세를 체감할 수 있다. 비투비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장충체육관, 잠실실내체육관까지 점점 수용인원이 많은 공연장을 차지했다. 근래에 열린 앙코르 콘서트의 티켓은 전석 매진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비투비는 가수의 기본,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아이돌이다. CD를 삼킨 듯한 보컬과 어설프지 않은 랩, 자체제작 능력까지. 훌륭한 역량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아까운 그룹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 비투비표 발라드까지 탄생시키며 여느 보이그룹들이 걷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색깔이었던 댄스와 군무 등도 놓치지 않는다. 이제 슬슬 빛을 보고 있는 비투비의 시작이 더 흐뭇한 이유다.
◆ 갓세븐, 날개 달고 비행 시작 ‘플라이’
갓세븐은 새 미니앨범 ‘플라이트 로그: 디파처(Flithe Log: Deparutre)’를 발표했다. ‘시작(디파처)’의 의미를 담은 앨범인 만큼, 향후 시리즈로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갓세븐은 이번 앨범을 통해 20대의 성숙함과 청량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또 타이틀곡 ‘플라이(Fly)’ 무대에서는 지금껏 볼 수 없던 칼군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참 부지런하다. 후속곡 활동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갓세븐은 ‘플라이’에 이어 ‘홈런’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갓세븐은 ‘플라이’로 ‘엠카운트다운’ ‘더쇼’, SBS ‘인기가요’ 등에서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플라이’ 뮤직비디오는 공개 17일 만에 1000만뷰를 달성하며 갓세븐의 인기를 입증했다.
갓세븐은 아직 데뷔한지 데뷔 3년차임에도 ‘니가 하면’ ‘딱 좋아’ 등 세련된 곡으로 인기를 끌었다.그런데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펼치고 개인활동이 많았던 탓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룹 자체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동기그룹인 위너, 레드벨벳, 마마무, 러블리즈 등이 도드라진 활약을 했기에 더 그랬다.
그렇지만 이번 신곡을 들고 온 갓세븐은 음악적으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팀의 색깔도 더욱 견고해졌다. 음악성과 실력, 끼는 모두 갖췄으니 이제 이번 활동을 시작으로 훨훨 날아 오를 때다. 저 높은 곳까지 멀리 비행할 수 있을 유망주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lshsh32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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