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고 이기적인 남자일 것 같았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훤칠한 외모로 수더분하게 웃을 줄 알고 눈을 굴리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이기도 했다. 조태관은 그런 남자였다. 마치 동전의 양면을 보는 듯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했어도 조태관은 여전히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예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많이 안 쓰는 무딘 스타일이에요. 지금도 지하철 타고 다니고 똑같은 친구들 만나고 똑같은 곳에서 술잔을 기울이곤 해요. 마음 편하게 웃고 즐기는 게 정말 좋아요. 방송 후 젊은 층에서 (저를) 알아보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감사하죠. 사진 요청하시면 찍어드리며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매섭고 도도할 것 같지만 저 그런 성격 아닙니다(웃음)"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 시기에도 무엇인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조태관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발현시키는 데 관심이 많아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이와 연장선상에 비주얼적으로 예술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연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고.
"캐나다에 있을 때 엄청나게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자기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캐스팅 되지 못했죠. 해외에선 작품당 동양인 출연이 많이 없잖아요. 한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 많은 노력을 했었어요"
그런 조태관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바로 SNS을 통한 '태양의 후예' 제작진과의 접촉이었다. 당사자인 본인조차도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얼떨떨 했다고 했다.
"어느날 SNS로 연락이 왔어요. KBS에서 작품을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전화연결이 되고 그리고 대본리딩 시간을 가졌죠. 그 후에 연락이 끊겼는데 '아, 난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늦게 합류하게 됐어요. (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큰 작품에 참여하게 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
조태관에게 '태양의 후예'는 연기자로서 첫 작품이다. 본래 Mnet 음악프로그램 '슈퍼스타K6'(2014)출신으로 방송에 나온 적 있지만 연기로는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만큼 긴장감도 컸을 터.
"제 연기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요. 원래 긴장을 안하는 편인데 정말 많이 긴장이 되더라구요. 걱정도 됐구요. '잘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처음이니까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실패했죠(웃음)"
'태양의 후예'는 조태관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리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국내에선 시청률이 40%를 육박하고 해외에서까지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였다. 조태관은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것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올스타 팀으로 보였어요. 원래 드라마를 잘 안보는데 김은숙 작가님 작품을 많이 봤었어요. 거기다 실력 좋으신 감독님들이 계시고 주연 배우 분들에서부터 조연 배우 분들까지 연극계, 영화계 끝판왕이신 분들이 오셔서 잘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제작사 관점에서 봤을 때도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인 것을 느꼈어요. 헬기도 띄우고, 스케일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처음이지만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것에 있어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안함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연기를 몇십년간 하신 분들이 저를 보셨을 때는 (제가) 힘들어하거나 못하는 것이 보였을 거에요. 많이 얼지 않은 편인데 그렇게 보였을 테고. 그런 저를 참 많은 분들이 챙겨주셨어요. 특히 진구 형과 시선을 마주보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눈을 잘 못 쳐다보겠더라구요. 그런데 진구 형이 '괜찮아' 하시면서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다른 분들도 눈빛으로, 행동으로 많이 토닥여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데뷔작인 만큼 여느 배우들처럼 조태관은 많은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연구했다. 그의 비유처럼, 새벽 4시에 잠을 깨워도 대사를 읊을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했지만 디테일이 미숙했다며 아쉬워했다는 그다. 아쉬움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며 5회 초, 구체적인 방영분까지 이야기했다.
"예화(전수진 분)와 만나는 씬을 조금 더 임팩트 있게 보여줘야 했었어요. 징징대는 예화한테 아무렇지 않다는 남자의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의도대로 잘 안되었어요. 또 강모연(송혜교 분)과 처음으로 만나는 씬도 아쉬웠죠. 제스처 부분에서요. 더 잘 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태양의 후예'는 조태관에게 인지도 외에 많은 것을 남겨줬다. 조태관은 연기를 예술이라고 칭하면서 연기라는 예술은 끝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시야를 넓혀줬던 큰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도록 해 놓고 상대방에게 그것을 느끼게끔 해주는 매력있는 예술임을 다시한번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조태관의 행보는 어떨까.
"무작정 (연기를 한다고) 해서 작품에 누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다작을 욕심내기보다는 성실하고 임팩트 있게 역할을 소화하고 싶어요. 어릴 때는 막연히 슈퍼 히어로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저에게 맞는 캐릭터, 씬이 적게 나와도 작품과 캐릭터가 좋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태양의 후예'에서도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이라는 주변에 없을 법한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우는 카멜레온이 되어 신발에 자신을 끼워넣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한테 주어진, 또는 제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모두 할 거에요. 뭔가를 예술적으로 표현해서 남기는 것, 그것만큼 신나고 뿌듯한 것이 없더라구요. 내일 죽는다하더라도 곱씹으며 웃음 지을수 있고 때로는 울 수 있는, 어떤 자국을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금아라 기자 karatan5@
뉴스웨이 금아라 기자
karatan5@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