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9일 일요일

  • 서울

  • 인천 20℃

  • 백령 20℃

  • 춘천 15℃

  • 강릉 15℃

  • 청주 20℃

  • 수원 20℃

  • 안동 20℃

  • 울릉도 20℃

  • 독도 22℃

  • 대전 20℃

  • 전주 20℃

  • 광주 20℃

  • 목포 20℃

  • 여수 22℃

  • 대구 22℃

  • 울산 21℃

  • 창원 21℃

  • 부산 21℃

  • 제주 24℃

조선업 구조조정, 성수기 대비해야 산다

[데스크 칼럼]조선업 구조조정, 성수기 대비해야 산다

등록 2016.06.23 08:31

윤경현

  기자

공유

조선업 구조조정, 성수기 대비해야 산다 기사의 사진

“어떤 상황, 어떤 상대 앞에서도 기(氣)가 죽어서는 안된다. 어깨를 당당히 펴자. 큰 소리로 기합을 불어넣자. 그리고 문을 열고 당당히 걸어 들어가자”

프로 바둑기사 조훈련 9단이 쓴 ‘고수의 생각법’의 내용이다. 조훈련 프로는 1962년 프로에 입단해 1938승으로 세계 최다승, 160회 세계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해 ‘국수(國手)’로 칭송받는다.

조훈련 프로는 50여년 이상 바둑판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 주인공이다. 최정상 자리에서 밑바닥까지 그는 수많은 승부에서 패배로 좌절의 시기를 홀로 이겨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 2007년 초호황기를 맞으며 사상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기며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자국 선사들의 발주에 힘입은 중국의 조선업체들에게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지난 2~3년 사이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조선 빅3는 세계 일등 브랜드다.

최근 국내 조선 상황은 더 악화일로다.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수세(守勢)’에 몰린 형국이다. 조선 빅3는 최근 채권단에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구계획을 제출하고 구조조정 고삐를 죄고 있다.

조훈련 프로는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복기(復棋)’를 강조한다. 승리한 바둑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며 패배한 경기의 복기는 다음 경기의 승리를 준비할 수 있는 다짐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카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인구 18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 가장 부유한 대도시로 미국 중산층 젊은층이 선망하는 도시로 칭송받았다. 디트로이트는 20세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회사의 전진기지로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로 꼽혔다.

하지만 2009년 GM이 약 60조원(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정부 구제 금융을 받아 대대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디트로이트는 중소도시로 전락했다. 총부채 180억달러에 달하던 디트로이트시는 2013년 결국 파산했고 미국 지자체 재정파탄 중 사상 최대규모 꼽힐 정도다. 일각에서는 회생이 불가능한 유령도시로 불릴 정도로 미국 내부에서도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중앙 정부, 주 정부, 노사의 적극 협의가 디트로이트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GM은 구조조정의 당사자 ‘노조’에 진실된 합의를 이끌어 냈다. 회사 자체가 없어진다면 노조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공감대를 만든 것이다.

노사는 고용의 안정성과 함께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협의 등 회사의 존속과 관련된 현안에 머리를 함께 맞댔고 결국 GM은 다시 올라섰고 디트로이트 역시 옛 활력을 되찾고 있다.

최근 한 조선업종 관련 종사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갑갑하다. 회사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며 힘겨워 했다.

빅3의 야드는 여전히 120~150%를 가동해도 일거리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작업량이 많다. 특근 및 주말 초과 근무를 진행해도 버거울 정도다.

대한민국 조선소는 강하다. 지금보다 어려운 여건이었던 1970년대에도 버티면서 지켜온 근로자들이다. 3~4년 뒤 세계 경기가 회복과 함께 세계 무역 물동량은 증가로 인한 해운업계와 조선업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구조조정은 그냥 기업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호황기를 대비한 것이어야 한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