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보호무역장벽 갈수록 강화한미 사드 배치로 중국 보복무역 최고조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로 인한 갈등 지속북한 핵위협 속에서 주변국 외교 재정립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금리 인상,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일본의 위안부 협상, 여기에 북한의 핵 위협까지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이러한 외교 갈등은 우리 경제에도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낼지 전국민의 눈이 쏠린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30일 한미 FTA를 비롯해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불공정 무역국가로 규정한 기준은 미국과 무역거래를 통해 1년에 200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내는 경우다. 한국은 2013~2016년 미국을 상대로 205억~28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통상태스크포스팀(TF)를 발족해 미국의 통상 압력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우리도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자세, 깐깐하게 협상할 뿐 아니라 우리 이익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추는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10억달러의 비용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도 문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사드 배치는 중국과의 관계에도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계산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한중 상호간 경제 손실 점검과 대응 방안’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올해 한국 경제는 8조5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0.5%으로 경제성장률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관광분야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부문별로 관광 7조1000억원, 수출 1조4000억원, 문화·콘텐츠 87억원 등으로 추산했다.
현재로써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익 우선, 한미동맹 중시, 국민합의 등의 원칙을 강조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사드 배치 결정에 민주적인 절차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분담 요구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따라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검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모두 고려해 국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사드 배치가 재검토에 들어간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미묘한 줄타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역사에서 비롯된 갈등 요인을 쉽게 풀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일본의 위안부 합의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 부산 일본 총영사관앞 소녀상 설치로 주한일본대사가 85일간 귀국하면서 양국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일본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가 담기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한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사죄와 배상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본은 한국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위안부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새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계속해서 역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 원만한 관계 회복을 추진할지에 대한 입장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의 핵 도발도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문 대통령은 햇볕정책과 대북포용정책을 강조해 왔다. 향후 남부관계는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핵실험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주변국들의 설득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쉽지 않다.
따라서 남북교류 재개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위해서는 미국, 중국, 일본과의 외교 문제 해결도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새 정부의 외교 채널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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