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대구 창조센터서 5분간 짧은 만남“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서 선수들 지원해 달라”2015년 7월 만남서 “한화보다 못하다” 질책 들어2016년 2월 마지막 만남선 JTBC에 불만 토로이재용 “3번의 만남 동안 현안 얘기 한 적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3번의 독대를 가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경영승계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청탁하고 대가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어떠한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만남은 2014년 9월15일에 이뤄졌다. 그날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이 열린 날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축사를 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의 후원으로 설립됐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몇 달 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삼성을 대표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대통령과 단둘이 만남을 갖게 될지는 생각도 못했다. 행사가 끝나고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따로 불러 박 전 대통령에게 안내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를 묻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 달라’며 ‘올림픽을 대비해 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그날의 만남은 5분 정도로 짧았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승마지원 얘기를 들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직접 만난 것이 처음이고 정부의 요청이 어떤 루트로 오느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이 부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삼성은 한화로부터 승마협회 회장사 자리를 넘겨받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2015년 7월25일에 다시 이뤄진다. 청와대는 2015년 7월24일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 오찬’에서 있을 발표 내용 준비로 바쁜 7월20일쯤 청와대로부터 오찬 다음날(25일) 대통령과 별도 오찬이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찬에 이은 연속적인 행사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지만 독대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질책을 받는다.
30여분간 진행된 이날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15분가량을 승마얘기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승마지원이 소홀하다.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라고 질책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았다”며 “여자분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은 이후 승마 지원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았고 어쩔 수 없이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세 번째 독대는 2016년 2월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도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혼쭐이 나야했다.
이 부회장은 “처음에 삼성의 신사업 얘기를 하고 난 이후에 대통령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외삼촌이지 않냐’면서 얘기를 꺼냈다”면서 “대통령이 ‘JTBC 뉴스가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나라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라고 얘기하면서 ‘이적단체’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중앙일보가 삼성 계열사였는데 얘기를 해보라’라면서 굉장히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두 정치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홍 회장이 정치 야망이 있는거 같은데 삼성이 줄을 대는거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대화 내용을 얘기했더니 일단 홍 회장에게 얘기를 전해주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날 오후 바로 홍 회장을 찾아가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세번의 만남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와 같은 현안이 아닌 승마지원, JTBC 등 주로 박 대통령의 요청이나 질책이 오갔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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