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사랑합니다” 애정공세 펼치며 읍소 불구해결기미 안보이고 불어나는 적자 감당못해 ‘포기’20여개 계열사 ‘차이나 엑시트’ 연쇄 타격 불가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중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현하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성 신씨(辛氏)의 시조 신경(辛鏡)이 중국에서 건너온 인물이라는 사실까지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신 회장은 중국의 ‘오해’를 강조하며 성주 골프장 부지 제공이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우리 같은 민간 기업에게 정책을 위해 땅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어느 기업도 정부를 거부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그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철수는 없다며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이같은 노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의 무차별적인 보복 공세는 계속됐다. 반롯데 정서가 퍼지며 중국 국민들의 롯데 불매운동도 도넘은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마트 112개 전체 매장을 매각하겠다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물론 중국 당국이 이같은 선택을 한 롯데를 고운 시선으로 지켜볼 리 없다. 마트가 철수하면 또 다른 계열사들을 타깃으로 사업에 타격을 입힐 게 뻔하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22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차이나 엑시트’ 도미노가 불가피한 이유다.
신 회장에게 있어 중국사업은 꼭 성공시켜야만 하는 무거운 숙제였다. 신 회장은 오래 전부터 중국시장을 가장 중요한 유통시장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매달려왔다. 1994년 중국에 첫 발을 내닫은 이래 1996년 그룹 기획조정실 산하에 국제부 설치를 주도했고, 이후 꾸준히 계열사들의 추가적인 중국 진출을 이끌었다. 현재 22개의 롯데 계열사들이 중국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2008년부터는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사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현지화에 실패한 중국 사업은 2010년을 기점으로 적자가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 2015년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역시 신 회장의 중국사업의 실패가 단초가 됐다. 신 회장이 중국시장에서 1조원 손실 사실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으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격분했고, 신 회장에게 기울었던 마음을 돌리는데 중요 변수를 제공했다. 이에따라 신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사드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복 직격탄을 맞으며 손실 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중국 당국은 온갖 트집을 잡아 롯데마트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중국내 반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무차별적인 불매 운동도 계속됐다. 롯데마트 매장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올스톱된 상태다. 나머지 점포도 매출이 80% 이상 급감해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없다. 영업이 마비되자,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출은 거의 없지만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신 회장은 중국사업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3월 3600억원 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했으며, 최근 또 한차례 최근 3400억원을 추가 수혈을 결정했다. 새정부 출범 후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했기 때문. 하지만 여전히 양국 간 관계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그는 ‘시장철수’라는 득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철수를 빌미로 중국이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및 추가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경우 남아있는 20여개 계열사들의 연쇄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3조원을 투자한‘중국판 롯데월드’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 매각도 어려운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롯데가 사드보복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도 쉽게 마트를 철수하지 못한 것은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국에 진출해 있는 22개 계열사마저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라며 “새정부 출범 후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했지만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중국 전체 사업을 접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dw038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