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외 온라인 숙박 예약 업체 ‘환불 거부 약관’ 시정 권고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앞으로는 무조건 환불불가와 같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 사업자(OTA)의 불공정 조항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은 예약일까지 상당 기간 남은 시점에도 OTA가 환불을 거부해 피해를 입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고다·부킹닷컴·호텔스닷컴·익스피디아 등 4개 외국계 호텔 예약사이트의 환불불가 조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게 총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도 자진 시정하도록 유도했다. 네 업체의 약관에는 예약 취소 시점을 따지지 않고 예약 변경·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공정위는 숙박대금 전체를 취소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조항은 약관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한다.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숙박예정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았다면 취소하더라도 재판매할 가능성이 커 사업자의 손해는 없다고도 본다.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은 무조건적 환불불가 조항 시정을 공정위와 협의하고 있다. 아고다와 부킹닷컴은 공정위의 시정권고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정권고를 60일이 지난 내년 초까지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린다. 명령도 60일간 따르지 않으면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네 업체는 공정위의 다른 약관 지적 사항은 자진해서 바꾸기로 했다.

부킹닷컴과 호텔스닷컴은 공정위로부터 사이트에 게시된 부정확한 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무조건 면책조항 약관에 대해 지적 받았다. 이에 따라 해당 약관을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로 수정한다.

부킹닷컴은 사용자가 후기 등으로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을 때 생길 수 있는 법적·도덕적 책임을 모두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약관이 있었다.

해당 약관은 공정위 지적으로 ‘허용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부킹닷컴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분쟁이 생기면 회사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수정됐다.

호텔스닷컴은 다른 사이트에서 더 싼 가격을 제시할 경우 그 차액을 보상하는 최저가 보장 제도를 운영하면서 불공정 약관을 제시한 부분을 지적 당했다. 해당 약관은 최저가를 비교하는 시간 범위와 대상을 회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으로는 예약 체결 시점에 제시된 조건을 보장하도록 변경됐다. 실수로 낮은 가격을 제시해 예약이 확정됐다면 마음대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약관도 수정된다. 회사에 책임이 있다면 숙박료 변경하지 않고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아고다는 사이트에서 생기는 기술적 결함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적으로 회피해왔다. 앞으로는 고의적 불법행위나 중과실로 귀책사유가 있으면 책임을 부담한다.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미화 250달러까지만 부담하고 사용자가 청구를 지체하면 무효로 간주한다는 약관도 지적 받았다. 해당 약관은 귀책사유가 있다면 250달러가 넘어도 배상하도록 하고 배상 청구 기간도 법률에 따르도록 변경됐다.

체결된 예약을 일방적으로 수정·중단·해지할 수 있다는 무제한적인 약관도 지적됐다. 해당 약관은 법령이 허용하는 절차와 한도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수정된다.

자진 시정약관은 늦어도 오는 12월 1일까지 반영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글로벌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과도한 위약금을 적발한 이후 관련 업계의 약관을 직권조사하면서 실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숙박예약 거래 분야의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