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투협회장, 간담회서 “연임의사 없다” 공식화“대기업 후원 협회장은 안 돼”···최종구 발언 영향 준듯“환영받지 못해”··· 스스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칭
황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과정과 지금 시대를 끌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와는 결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많은 정책과 생각이 다른 것들이 있고 국회에 건의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 정권 분위기는 내가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많이 다르다”는 말로 자신이 문재인 정부와 어울리지 않는 인물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정책에 대한 생각도 다른 부분이 많고, 건의사항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현재 시대적 요구와는 내가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교상 기피인물을 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를 언급하며 “현 정부에서 나는 척결 대상까진 아니지만 그리 환영받지는 못하는 존재”라고 토로했다. 이는 노골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황 회장의 발언에 따라 불출마 선언 배경에는 현 정권과의 불협화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투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달 29일 최 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에서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라며 “또 그런 인사가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삼성그룹 출신인 황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황 회장은 1994년 삼성전자 자금팀장, 1997년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2015년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됐다.
황 회장 불출마 선언과 관련, 업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재임 기간 중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비과세해외주식형 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증권사를 위한 각종 현안을 성사시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재출마할 경우 당선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금투협은 다음주 이사회에서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차기 회장 공모를 시작한다. 황 회장 임기는 내년 2월3일까지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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