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선생은 창작 가야금 음악의 창시자이자 독보적 존재로 현대 국악 영역을 넓힌 거장으로 꼽힌다.
그가 가야금을 처음 접한 것은 1951년 부산 피란 시절이다.
그는 당시 경기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가야금 한번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친구의 권유로 접한 후 첫눈에 반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선생은 국립국악원에서 김영윤과 김윤덕에게 가야금 정악과 산조를 배웠다. 심상건과 김병호 등에게도 가야금을 배웠다.
경기고등학교 재학생 시절에는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학은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1950년대 당시에는 국악과가 없었던 데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국악을 공부한다는 것은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서울대에 국악과가 개설돼 학생들을 가르쳤다. 1974년부터 2001년까지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85~1986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객원 교수로도 강의했다.
이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아르코(ARKO) 한국창작음악제’ 추진위원장,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연주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1964년 국립국악원의 첫 해외 공연이었던 일본 공연에서는 가야금 독주자로 참가했다. 1986년 뉴욕의 카네기홀에서도 가야금 독주회를 열었다. 1990년에는 평양에서 가야금을 연주했다.
대표작으로는 ‘침향무’, ‘비단길’, ‘춘설’, ‘밤의 소리’ 등이 있다. SBS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사용된 가야금 독주곡 ‘정난정’을 작곡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신작 가곡 ‘광화문’을 발표했다.
대표곡 ‘미궁’은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야금을 첼로 활과 술대 등으로 두드리듯 연주하며 사람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표현된다. 절규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삽입되기도 했다.
1975년 명동극장에서의 초연 당시에는 한 여성 관객이 무섭다며 소리 지르고 공연장 밖으로 뛰어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황 선생은 생전에 현대무용가 홍신자, 첼리스트 장한나, 작곡가 윤이상,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 등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2004년 호암상, 200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2008년 일맥문화대상, 2010년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소설가 한말숙 씨, 아들 준묵(한국고등과학원 교수)·원묵(텍사스 A&M대 교수)씨, 딸 혜경(주부)·수경(동국대 강사), 사위 김용범(금융위 부위원장), 며느리 송민선(LG전자 부장)·고희영(주부)씨 등을 뒀다.
뉴스웨이 전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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