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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문인 성추행’ 고은 작품, ‘그 꽃’·‘머슴 대길이’ 등 교과서에서 삭제

‘후배 문인 성추행’ 고은 작품, ‘그 꽃’·‘머슴 대길이’ 등 교과서에서 삭제

등록 2018.03.08 09:40

전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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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문인 성추행’ 고은 작품, 중·고교 교과서에서 삭제. 사진 = 연합뉴스 제공‘후배 문인 성추행’ 고은 작품, 중·고교 교과서에서 삭제. 사진 = 연합뉴스 제공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
어린 아이 세상에 눈 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홑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
지게 작대기 뉘어놓고 먼 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었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했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 새우는 불빛이었지요.
후배 문인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은 시인의 작품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어 분야 검정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들은 집필진과의 협의 끝에 교과서 속 고은 시인의 작품을 다른 내용으로 바꾸는 쪽으로 협의했다.

미래엔 관계자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시 ‘그 꽃’,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시 ‘머슴 대길이’가 실려 있고 중학교 국어 교사용 지도서에도 고은 시인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이 부분을 다른 내용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은 다른 작품으로 대체하고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언급된 고은 시인 이름은 삭제할 계획”이라며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교육과정 개정으로 올해까지만 사용하지만 사안을 고려해 수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학사 관계자는 “고은 시인 작품이 수록된 해당 단원의 저자가 대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다만 다른 단원 저자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학사는 고교 문학 교과서에 고은 시인의 시 ‘어떤 기쁨’을, 독서와 문법 교과서에는 수필 ‘내 인생의 책들’을 실었다.

아직 집필진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힌 다른 출판사 관계자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고은 시인의 성 추문이 논란이 됐고 교과서가 학생들이 보는 책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의 작품이나 작가 관련 서술을 다른 내용으로 대체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은 시인의 시·수필 등은 중·고교 국어과 교과서 11종 이상에 실려 있다. 일부 사회과 교과서에도 작가소개 등이 담겼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행 검정교과서는 언제든 수정·보완이 가능하다. 출판사 측이 요청하면 이를 검토해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다.

교육부와 검인정교과서협회는 각 출판사의 교과서 수정 계획을 이날까지 취합해 금명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달 교과서 상시 수정·보완 시스템을 통해 등록한 내용을 교육부가 검토해 승인하면 내용 수정이 가능하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정 시기는 저작권자인 집필진과 출판사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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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전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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