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국 자본 공격에 제도적으로 취약국회서 헤지펀드가 악용할 상법개정안 논의포이즌필·차등의결권 같은 방어수단 필요
국내법으로는 주주가치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경영권을 흔드는 투기세력을 제어할 수 있는 관련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평가다.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에선 소액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어, 오히려 ‘투기자본의 사냥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 중 투기자본에 유리할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다중대표소송제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1주 1표’가 아니라 선임될 이사 수만큼 표를 행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4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기존에는 각 이사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묻는 1표를 행사했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이사 수 만큼인 4표를 특정인에게 몰아주는 게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지분이 적은 헤지펀드라도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손잡고 특정 후보에 몰표를 던져 이사회 입성이 가능해진다.
이런 식으로 한 명만 이사회에 진입시켜도 사업계획, 투자계획, 구조조정 등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해주는 효과보다 기관투자가에게 악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오너나 경영자가 지분 10%를 보유해도 의결권은 3%만큼만 행사할 수 있다. 헤지펀드 여러 곳이 손잡으면 간단히 한국 대주주 의결권을 넘어설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지주사나 모기업 주주가 계열사 임원들을 소송으로 추궁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헤지펀드가 ㈜SK 주식을 가졌다면 SK 계열사들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전을 벌일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다. 다만, 이를 통해 헤지펀드가 주주 이익이란 명분을 내세우면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한국 기업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제2의 엘리엇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의 제도적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재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경영권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제도인 포이즌 필은 2009년 국회 반대로 현재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에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금융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은 포이즌 필을 도입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여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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