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취임 후에도 제 식구 감싸기 여전사건 부실처리에 관련 공무원 ‘주의’ 조치법인 고발 실수에도 문책이나 징계 없어
공정위가 지난 1일 중요 사실을 일부러 누락한 자료를 제출해 과징금을 깎은 변호사에 대해 공정위 직원과 접촉을 6개월간 제한키로 했다. 또 사건을 담당한 국장과 과장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같은 처분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공정위 조직을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그는 “재벌개혁이나 갑을관계 해소나 새로운 산업시장질서 구축 등 못지않게 중요한 책임이 공정위 조직을 혁신해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라며 “사건처리 부실에 책임이 큰 경우에는 1회만 위반하더라도 징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3월 시멘트 담합이 적발된 성신양회에 과징금 436억5600만원을 부과했다가 두 달 뒤 절반인 218억2800만원으로 깎아줬다. 성신양회를 대리한 변호사 4명이 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 감경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 적자 재무제표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제무제표가 회계 기준에는 어긋나지는 않지만, 납부할 과징금을 비용에 미리 포함해 적자가 나도록 조정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성신양회 변호사가 감경 신청하면서 제출한 2015년도 재무제표에 원심결의 과징금이 미리 반영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해 2월 이의신청 재결을 직권취소했다. 이후 4월에는 감경한 과징금도 다시 부과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성신양회 과징금 감경 신청 처리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성신양회의 감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감경 처리를 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은 주의 조치로 끝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변호사 중 한 명이 과거에 공정위에 근무한 적이 있는 이른바 ‘전관’이라 전관예우를 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성실 의무를 위반했지만, 처분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과징금을 재부과하고 관련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하는 등 결과적으로 국가재정에 아무런 손해를 끼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7일 전원회의를 열어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업무처리였다. 이미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SK디스커버리와 신SK케미칼로 분할해 지주회사 격인 SK디스커버리를 고발해야 했지만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오류를 확인하고 지난 2월 28일 전원회의를 다시 열어 SK디스커버리에 대해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4월 2일을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검찰은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앞으로 사건 처리 단계별 피심인 확인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범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해 문책이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우 변호사는 “공정위가 잘못된 사건 처리와 관련해 관계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실시해야 한다”며 “국민심사위원회를 설치해 공정위의 불투명한 사건 처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부적절한 사건 처리와 전관 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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