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와 면담 ‘투자결정권’ 가진 인물 간 만남에 주목‘북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방안 오갈 듯‘북한판 개발은행’ 설립 제안 여부 관심
18일 청와대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남북정상회담과 별개로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의제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4대 기업 총수는 물론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이 모두 참여한 자리여서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한 내용이 거론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남북경협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조성을 위해선 보다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요구되고 있어 각각이 앞으로의 전략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지 않았겠냐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게다가 이번 면담은 실질적인 ‘투자결정권’을 쥔 인물들 간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대북 경제제재’ 등 현실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있어 구체화된 계획이 나오긴 어렵겠지만 지원 규모나 방식, 일정 등을 둘러싼 논의에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업계 대표로 참석한 이동걸 회장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될 남북경협에서 국내 금융회사에 어떠한 역할을 만들어줄 것이냐가 관심사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북한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은행은 2036년까지 북한 1인당 실질 GDP를 1만달러로 늘리려면 적어도 705조원이 필요하다고 봤고 금융위원회는 2014년 보고서에서 북한 내 인프라(철도·도로·전력 등) 육성 비용을 약 1400억달러(약 157조원)로 추산했다. 다만 이를 1조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만으로 충당하기는 역부족이며 국내외 금융기관과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게 산은을 비롯한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동걸 회장 역시 “남북경협의 규모와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한 두 개 금융기관만으로는 추진이 어렵다”면서 “국내의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 심지어 국제 금융기구까지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이동걸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동시에 각 금융회사의 남북경협 참여 기회까지 모색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 회장을 특별수행원 명단에 올린 것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남북 공동사업 중재에 앞장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실제 남북경협에 가능성이 커지자 각 시중은행은 준비 작업에 신경을 쏟는 분위기다. 서둘러 북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연구조직을 정비한 뒤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동걸 회장이 이 기회에 ‘북한판 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에 중앙은행 격인 조선중앙은행과 수출입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조선무역은행이 있지만 산업은행과 같이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은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계 인사들의 이번 면담은 남북경협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긴 어렵겠지만 일단 남북 관계자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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