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즉시연금 가입자에 대한 일괄구제 권고와 관련해 “금융사들이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고 법적 판결을 받아 문제가 있다고 하면 책임지겠다고 진행 중인데 일괄구제 하라고 하는 건 무리를 넘어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권고 자체도 금감원이 전형적으로 월권 내지 위법”이라며 “금융사나 시장에 법적 근거도 없이 개입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약관사항이 동일한 상황에서 건별로 소송을 하다보면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돼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동일한 것에 대해서는 같이 (지급)해달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약관에 없는 내용을 근거로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덜 지급한 연금액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만기환급(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생명은 2012년 9월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상품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2월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해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전액 지급했으나,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에게는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7월 26일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보다 적게 지급한 금액만 지급키로 했다. 삼성생명이 8월 24일과 27일 지급한 미지급금은 71억원(2만2700건)으로, 금감원이 일괄 지급을 요구한 4300억원(5만5000건)의 60분의 1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보험금 청구 소송비용 지원에 나선 금감원과 정면충돌했다. 삼성생명은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민원인이 분쟁조정 신청을 취하하자 다른 민원인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다른 보험사인 한화생명은 지난 8월 9일 만기환급(상속연금)형 즉시연금 가입자 B씨에게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한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이 의견서를 통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B씨 1명이지만, 이는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들에게도 일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생명은 약관의 연금 지급액 관련 항목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50억원(2만5000건)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보험사들이 약관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소송을 통해 소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김 의원과 상반된 지적을 내놨다.
제 의원은 “즉시연금 관련 분쟁의 해결 방법은 보험사가 약관대로 이행하면 된다”며 “문제는 약관인데 모호하거나 어렵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고 중요 내용이 누락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 의원의 삼성생명을 예로 들어 “약관상에 만기환급금을 고려해 약속된 이율에 따라 산출된 연금액을 지급한다고 돼 있는데 보험사는 ‘고려하여’를 ‘운영비용을 차감하여’라고 과도하게 해석하고 금감원이 약관에 기재된 내용대로 연금을 지급할 것을 주문하니 이사회를 열어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 의원은 소비자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와 관련해 “지난 4년간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소송을 걸기 위해 쓴 돈이 500억원이 넘는다”며 “소비자를 협박하듯 소송을 제기해서 모든 민원과 분쟁을 무력화시키는 보험사의 행태를 구조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이에 대해 “보험사들과 관련해 내부통제제도를 의무화하고 유형별로 세부적으로 공시를 해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무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로 이런 것들이 정리되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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