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사업보고서에 계약사항 공개해 파장 “한국GM, ‘우선주 콜옵션’···보통주 전환”“사업 철수 길 열어줬나” 논란 일파만파산은 “모든 우선주 보유자, 똑같은 기회”“영문 해석 오류로 빚어진 해프닝” 반박
산업은행이 느닷없이 터진 한국GM ‘조기 철수설’에 진땀을 뺐다. 한국GM 정상화를 놓고 제너럴모터스(GM)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한국GM 측에 우선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으로 얻어낸 우선주를 한국GM에 넘기겠다고 약속하며 GM 측에 퇴로를 열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GM이 해당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산은은 지분율 희석으로 ‘비토권’까지 상실해 끝내 국내 사업 철수를 막지 못할 것이란 이유다. ‘비토권’은 공장·토지 등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양도하거나 취득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17%의 지분은 들고 있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산은의 지분율은 지금(17%)보다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이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해’다. 이번에 불거진 한국GM ‘조기 철수설’은 영어로 표기된 내용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빚은 해프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GM의 ‘조기 철수설’은 GM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촉발됐다. 보고서에 지난해 5월 산업은행과 체결한 계약 사항의 일부를 공개했는데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콜옵션’ 조항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GM Korea can call the preferred shares at their original issue price six years from the date of issuance and once called, the preferred shares can be converted into common shares of GM Korea at the option of the holder”
바로 그 논란의 문장이다. 풀어보면 이렇다. 한국GM이 6년 후 우선주를 발행 당시 가격에 되사들일 권한을 지녔으며, 우선주는 ‘주주(the holder)’의 선택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산업은행과 GM은 한국GM의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우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각 7억5000만달러와 36억달러를 신규투자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여기선 그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이슈를 다룬 것으로 보인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문장 속의 ‘더 홀더(the holder)’가 과연 한국GM만을 지칭하는 것이냐다. 한국GM의 콜옵션을 언급한 앞 문장과 연결하면 자연스럽게 이들만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나 그렇게 받아들이기엔 정보가 부족하다.
산은 측은 곧바로 반박했다. ‘더 홀더’는 한국GM뿐 아니라 우선주를 보유한 GM과 산은까지 포함하는 말이며 산은 역시 똑같은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어 한국GM이 GM 우선주 투자금(36억달러)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산은도 우선주 투자금(7억5000만달러)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돼 83대 17의 지분 구조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이 내용만으로 누구의 주식이 어떻게 옮겨갈지는 단정하기 어려우며 GM의 조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국내외 M&A에 해박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문장에 GM코리아가 우선주를 매수할 수 있고,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 모두 담겼지만 둘은 서로 독립된 옵션으로 봐야 한다”면서 “우선주를 확보하는 한국GM은 물론 우선주를 가진 모든 개인·법인에 주식을 보통주로 바꿀 기회가 돌아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통상적으로 기업의 우선주엔 보통주 전환 옵션이 포함돼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한국GM이 우선주를 발행할 때 이러한 조건을 부여한 것을 특이사항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이진 않았으나 계약 체결 후 산은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있었다. GM이 2023년까지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거나 5년 동안(2028년까지) 지분율 35%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 것이다. GM의 이번 사업보고서와 연결해보면 그 내용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번 해프닝이 산은 측에 과제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주주 간 지분 이동과 맞물려 GM의 국내 철수 우려가 다시 제기될 수 있어서다. 산은도 같은 권한을 보유했다고는 하나 한국GM이 GM과 산은 중 어떤 곳의 우선주를 매입하느냐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만일 이에 대한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면 속 시원히 해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산은 관계자는 “‘이면합의’가 있다거나 ‘비토권 상실’, ‘지배력 포기’, ‘철수가능’ 등의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 같은 주장은 경영정상화 과정을 진행 중인 한국지엠 영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