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지분 5%를 남기고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키로 했지만 직원들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공포에 떨고 있다. 오는 2022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롯데손보의 자금 조달에 JKL파트너스가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롯데지주는 24일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182만8783주(53.49%)를 주당 5199원씩 총 3734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JKL파트너스와 체결했다.
매각 주식은 호텔롯데 2508만9128주, 부산롯데호텔 2912만5736주, 롯데역사 953만2254주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81만1460주 등이다.
롯데지주와 JKL파트너스는 빠른 시일 내에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당초 우호지분을 포함한 보유 지분 58.49%를 전량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매각 이후 협력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최대주주 호텔롯데 보유 지분 5%를 남기기로 했다.
JKL파트너스는 이달 3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협상 과정에서 지분 중 일부를 일정 기간 보유할 것을 롯데지주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은 호텔롯데의 보유 지분을 감안하더라도 시장 안팎에서 예상했던 5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금액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JKL파트너스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427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한 유상증자 참여 등 향후 자본 확충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손보는 총자산 7위, 시장점유율 9위의 소형 손보사로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낮다. 수익의 대부분을 롯데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과 일반보험 계약에 의존하고 있다.
롯데손보가 결국 PEF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되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걱정해 온 직원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PEF 운용사는 향후 지분을 재매각해 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인만큼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롯데손보 매각 입찰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이후 임직원 200여명을 내보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롯데손보 직원은 남성 801명, 여성 947명 등 총 1748명이다.
롯데지주는 JKL파트너스와의 계약 내용에 임직원의 고용 보장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본계약은 롯데손보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롯데그룹과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매각 이후에도 롯데손보의 경쟁력 강화와 임직원 고용 안정, 고객가치 제고를 위해 JKL파트너스와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용 보장은 한시적인 형태일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인 고용 안정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JKL파트너스가 향후 지분을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 가격과 조건에 따라 사전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인수자에게 지분을 매각한 뒤에는 롯데지주와 JKL파트너스간의 고용보장 협약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때문에 롯데손보 직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JKL파트너스의 지분 인수에 반대해왔다.
IFRS17과 K-ICS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시급한 롯데손보의 자금 조달에 JKL파트너스가 적극 나설 지도 관심사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새 자본건전성제도 K-ICS가 도입될 예정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12월 말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55.4%로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의 유상증자 참여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지난해 6월 6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JKL파트너스가 지분 가치 하락을 의식해 유상증자 참여를 거부하거나 채권 발행을 제한할 경우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한편 롯데지주는 2017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따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일반주지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롯데손보,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해왔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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