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 통해 조 회장공개 비판연말 임원인사서 5년 만에 복귀 기대했지만 무산조 전 부사장, 긴장감 조성해 요직 받으려는 듯모친 이명희 캐스팅보드···총수변경 시도할 수도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 의중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 회장을 압박해 경영복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은 물론, 나아가 ‘왕위찬탈’을 시도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 회장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원태 대표가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되고 있다”며 “사전협의 없이 경영상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행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동생인 조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당초 재계에서는 연말 단행하는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륙 준비 중이던 항공기를 멈춰세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 달 만에 막냇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논란’이 확산되면서 사퇴했다.
조 전무가 물컵논란으로 사퇴한 지 14개월 만인 올해 6월 복귀한 만큼, 조 전 부사장의 연내 복귀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더욱이 조 전 부사장은 명품 밀수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만큼, 경영활동에 있어 법적인 제약이 없다. 한진그룹 정관에는 임원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누나를 견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조 전 부사장은 각종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3남매 중 가장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해 왔다. 대내외적으로는 경영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수일가가 조 전 회장 지분을 법정비율에 따라 상속했기 때문에 지분격차는 최소 0.3%, 최대 1.19%에 불과하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복귀가 여러가지 의미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 전 부사장의 공개 비난으로 한진그룹 총수일가 불화는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 구도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가족간 갈등설은 조 전 회장 별세 직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이 연기되면서 처음으로 대두됐다. 조 회장은 올해 6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남매간 갈등을 인정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행보를 계기로 경영복귀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지배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는 KCGI는 15.98%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긴장감을 조성해 조 회장을 압박, 지분율에 상응하는 요직을 받아내기 위한 구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복귀처로는 칼호텔네트워크와 대한항공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대한항공 대표직은 물론, 한진칼 공동 대표이사 자리도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3남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총수 변경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46%, 조 전 부사장 6.43%, 조 전무 6.42%, 이 고문 5.27%로, 지분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사실상 이 고문이 캐스팅 보드를 쥔 상태다.
시장에서는 3대주주 델타항공(10%)을 조 회장 우군으로 분류한다. 4대주주 반도그룹(6.28%)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 편에 선다면 조 전무 역시 같은 배를 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조 회장 측은 16.46%에 불과하다. 조 전 부사장 측은 24.4%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조 회장은 KCGI보다도 열세를 보이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의 갈등을 내부에서 봉합하지 않고 표면화 한 것은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조 전 부사장이 이제 막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만큼 어떤 전략을 택할 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s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