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삼성운용 상대 ‘손해배상 소송’ 제기사전고지 없이 ‘월물 교체’···약관 이행 여부 쟁점손실 여부도 엇갈린 주장···치열한 다툼 ‘예고’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ODEX WTI(서부텍사스유) 원유선물(H) ETF’ 투자자 220명은 전날 오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총 33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투자자 2명이 관련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다툼의 서막을 알렸다. 여기에 최소 수백명의 투자자들까지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 측과 운용사 측의 엇갈리는 주장을 중심으로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들을 살펴봤다.
◇문제의 4월 22일···그날 밤 대체 무슨 일이?
이번 사건은 지난달 22일 밤에서 23일 새벽 사이 삼성자산운용이 ‘KODEX WTI원유선물 ETF’의 편입 월물을 사전고지 없이 변경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21일(한국시간) 5월물 WTI 가격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를 일으키며 배럴당 ‘-37.63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음날인 22일에는 ETF의 주요 구성 종목인 6월물 가격도 장중 배럴당 6.5달러까지 하락했다.
매월 5영업일~9영업일 롤오버를 진행해온 삼성자산운용은 6월물 유가도 마이너스로 진입하게 될 경우를 우려했다. 결국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를 통해 4월 23일 오전 ETF의 기초지수 구성종목 중 6월물 일부를 전격 롤오버하기로 결정했다.
4월 22일 오후 기준 WTI 6월물 73%와 WTI 관련 ETF 22%로 구성됐던 포트폴리오는 4월 23일 오전부로 ▲WTI 6월물 34% ▲7월물 19% ▲8월물 19% ▲9월물 9% ▲WTI 관련 ETF 15%로 변경됐다.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비정상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보유 비중이 높았던 6월물 유가가 만약 마이너스로 진입하게 될 경우 이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만약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가게 된다면 전액 손실 가능성이 나오게 되는데,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먼 월물로 종목을 교체하게 됐다”며 “운용사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사전 공지 없이 롤오버를 진행하면서 롤오버 비용을 투자자에게 전가한 데다 선물 포지션 변경으로 유가 상승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났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운용이 운용방식을 변경하자마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6월 인도분 WTI 지난달 23일과 24일 연이어 20%에 육박하는 상승폭을 보였다. 이 기간 코덱스 WTI 선물 ETF 가격은 4.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왜 사전고지 안했나” vs “투자자 보호 위해”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강남과 오현은 삼성자산운용의 일방적인 월물 교체가 투자설명서상 내용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투자자 동의 없는 월물 구성 변경은 고객에 대한 배임행위이자 불법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번 월물 교체는 4월 23일 개장 전 이뤄진 뒤 관련 내용이 공시됐다. 결국 사건의 쟁점은 사전고지하지 않은 것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 판단인지, 약관상 문제가 없었는지 등으로 좁혀진다. 아울러 약관에 맞게 월물 변경이 이뤄졌는지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해당 ETF는 ‘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을 기초지수로 하는 상품으로 ‘1좌당 순자산가치의 변동률을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유사하도록 투자신탁재산을 운용함’을 운용목적으로 한다.
삼성운용은 기본적으로 투자설명서, 약관에 문제없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원칙상 1좌당 순자산가치의 변동률을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유사하도록 운용해야 하지만 긴급하고 예외적인 시장상황의 변동이 있는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도 열어뒀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것처럼 ‘투자신탁의 투자전략 및 위험관리는 시장상황의 변동이나 당사 내부 기준의 변경 또는 기타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전에 포트폴리오 변경을 공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뉴욕선물거래소(NYMEX) WTI 원유선물 6월물 시장에서 본 펀드의 점유 비중은 9.5% 달하는 상황으로 매도를 사전에 공시할 경우 다른 투자자들이 사전공시를 악용해 선행매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투자자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현의 유웅현 변호사는 “삼성운용은 선량한 관리자 의무보다 운용사의 마진콜 납입을 해야하는 손실 방지를 우선순위에 둬 이처럼 월물 변경을 실시한 것”이라며 “설정 이후 월 1회만 월물 변경을 해왔지만 지난달에만 세 차례 변경해 손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손실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vs “손실 아닌 착시효과”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근본적인 이유는 삼성운용의 월물 임의 변경으로 인해 손실을 봤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만약 사전에 고지가 이뤄졌다면 다른 상품으로 투자해 수익을 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WTI 원유선물 6월물의 비중을 사전 공지없이 원월물로 나눠 구성함으로써, 하락 후 반등을 기다리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원래 구성종목대로라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얻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이 구성 종목을 변경한 직후 6월물 WTI는 41%가량 급등한 반면,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같은 기간 4%대의 비교적 낮은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삼성운용 측은 거래소의 일별 하한가가 30%로 제한돼 전날 원유 선물 하락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착시효과’라고 설명했다.
삼성운용 측은 관련 답변 자료를 통해 “이 펀드의 시장가격과 원유선물 6월물의 가격의 상승률 차이의 주된 원인은 지난달 22일 발생한 원유선물 6월물의 하락률과 한국거래소의 시장가격 30% 상하한폭 제한 규제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펀드 상승률이 원유 선물 대비 37.1%p 낮아서 ‘월물 분산’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큰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전날(4월 22일) 발생한 두 가격 간 수익률 괴리(18.6%p)를 감안하지 않은 비교”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괴리율을 제거하고 난 이후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4월 21일 종가를 기준으로한 누적 수익률은 오히려 원유 선물 가격 수익률 대비 0.4%p 높게 실현됐다. 즉 괴리율로 인한 착시효과에 불과함을 감안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설명서와 약관에 ‘내부 기준의 변경 또는 기타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된 점에 비춰볼 때, 삼성운용의 위법을 따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6월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면 ETF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될 수 있었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롤오버를 단행할 당위성은 충분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간에 수익을 보지 못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의 변동성이 큰 만큼 운용사가 자산 안정성 확보를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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