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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발끈한 금감원

은성수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발끈한 금감원

등록 2020.06.26 13:10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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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10년 걸려도 사모펀드 전수조사 시행해야” 언급금감원 노조 “규제 완화 원죄 덮으려 금감원에 화살” 비판여과 없는 강경 발언 공방에 기관 간 신경전 다시 커지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은행 넥스트라이즈 2020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모펀드 전수조사와 관련한 언급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은행 넥스트라이즈 2020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모펀드 전수조사와 관련한 언급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일부 사모펀드 대상으로 진행했던 사모펀드 운용 실태조사를 국내 모든 사모펀드로 확대하겠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금융감독원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금감원 직원들이 중심인 노조에서 나온 강경 발언이지만 은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 고위직과 금감원 실무자들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자칫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 있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은행 넥스트라이즈 2020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금감원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이 사모펀드 운용 실태 전수조사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도 수천억대 규모의 대규모 펀드 사기 사태가 터지면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운용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에 대해 매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2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사모펀드 전수조사 발언은 매우 경솔하다”면서 은 위원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의 원죄는 금융위에 있는데 은 위원장은 비난의 화살을 금감원으로 돌리고 있다”며 그동안 금융위가 시행한 각종 사모펀드 운용 관련 규제 완화를 사모펀드 관련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2015년 7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서 여러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최소 요건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했고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이 가능한 최소 자본금 요건도 4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렸으며 사모펀드에 대한 당국의 사전 심사제를 사후 신고제로 바꾸는 등 규제 완화 조치를 단행해왔다.

이에 멈추지 않고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 혁신을 위해서는 사모펀드 부문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왔다. 규제는 충분히 풀어주되 이를 악용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위 측이 내세운 원칙이다.

결국 금감원 노조의 어조는 “규제는 금융위가 제멋대로 풀어놓고도 규제 완화로 인해 생긴 악영향을 해소해야 하니 금감원이 사후 수습을 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금감원 노조가 발끈한 것은 은 위원장의 발언 중 일부였다. 은 위원장은 “과거에는 운용사가 제출한 서류만 가지고 조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실물에 대한 대조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전부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뒤집어 보면 금감원의 서면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에 옵티머스펀드 사태가 터진 것이 아니냐고 간접 비판하는 방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금감원 노조는 “5개 팀에 32명의 인력만 갖춘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를 전부 정밀 조사하려면 수십년은 걸릴 일”이라며 “금감원에 감독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금융위가 자행한 규제 완화의 원죄를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이렇다 할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경 맞대응 기조로 나섰다가 기관 간의 신경전으로 다시 금융권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모펀드 전수조사와 관련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금융권에서는 두 가지 시각의 비판이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금감원 노조가 너무 강경하게 나갔다는 비판이고 또 하나는 은성수 위원장 특유의 화법이 또다시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은 위원장은 그동안 각종 금융 사고와 관련해 여러 자리에서 다양한 언급을 해왔지만 종종 발언의 내용으로 인해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조심스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면서 금융 상품 투자 과정에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물론 은 위원장의 발언이 투자자들을 직접 겨냥한 발언은 아니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위 측의 해명이 이어졌지만 금융 상품 손실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는 상처로 남았다.

금융 사고 문제와는 별개로 올해 초에는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선임 논란 끝에 임명된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두고 “나도 한때 낙하산 출신이었다”고 말했다가 기업은행 노조 등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조사 필요성은 동감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이 의견의 접점을 확실히 맞춘 후에 조사 의지를 발표했다면 논란이 덜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서로의 의견 표명으로 시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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