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노후생활비 월평균 279만원···연금으로 적립해야코로나19 시대 주식 열풍은 금융투자 교육의 장투자의 기본은 분산, 해외투자 병행도 바람직해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0%를 넘어서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 국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83세로 스웨덴, 캐나다 등과 함께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이제 ‘100세 시대’도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급격한 노령화와 별개로 한국의 노후빈곤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6%로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5%의 4배와 비등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계층 10명 중 1명만 노후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노후에 직면했거나 예정인 이들 모두 노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내 100세시대연구소에서 만난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효과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선 한 달에 얼마를 노후생활비로 생각한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세시대 노후 준비를 설파하는 그에게 똑똑한 노후준비와 자산관리 전략을 들어봤다.
◇“중산층 평균 노후자금 9억원 필요···해답은 연금 3총사”=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자금은 얼마가 적당할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월 평균 노후 생활비로 279만원을 예상했다. 70대는 60대보다 활동 반경이 줄어들며 60대 생활비의 70%가 필요하고, 80대가 되면 70대의 70% 수준이 요구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중산층 평균 9억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의료비까지 포함하면 평균 12억원 정도는 필요하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
최소 9억원에서 최대 12억원. 결코 적지 않은 노후 준비 자금에 대비하기 위해 박 소장이 제시한 해답은 연금 3총사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민연금과 생명보험사나 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개인연금, 퇴직 시 일시금으로 받거나 연금형으로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이 그 주인공이다.
박 소장은 “3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 국민연금을 넣었다 하면 퇴직 후 월 128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35년간 5억 정도의 현금 흐름이 국민연금에서 발생한다”며 “한달치 월급을 적립하는 퇴직연금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 700만원을 매월 적립한다면 30년 후 6억 정도가 된다”고 밝혔다. 연금 3총사를 통해 약 11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연금을 활용한다면 노후자금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 9억원을 은퇴 후에 닥쳐서 하려니 한번에 마련하기가 어려운데 시간투자를 하면 쉽다”며 “맞벌이라면 퇴직연금 400만원과 개인연금 700만원씩을 적립하는 것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연금은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계좌라고 박 소장은 강조했다. 그는 “개인연금은 연 700만원에 대해 10% 이상의 세제 혜택을 준다. 거꾸로 10%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식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연 10% 이상의 수익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연금은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제도”라고 밝혔다.
◇“30대는 수익형·50대는 안정형···세대별 자산운용 달라야”=세대별 노후준비를 위한 자산운용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박 소장은 조언했다.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40대는 노후 준비가 매우 어려워지는 시기지만, 사적 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가 망가지는 것은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가계 중 약 20%는 적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이 본인들의 노후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최소한 교육비 만큼을 노후 자금으로 적립이 될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대는 본격적인 은퇴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로 30·40대보다는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 30대는 증권 계좌를 통해 연금 적립금을 통해 펀드 투자를 하는 등 공격적인 수익형 투자가 적절하지만 50대는 이와 달리 안정적인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박 소장은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줄이고 현금 창출이 가능한 금융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대는 큰 폭의 투자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도 좋겠지만 50대는 투자수익보다는 안정적인 배당 형태를 노리는 게 좋다”며 “주가가 하락할 때 덜 하락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형태가 좋다. 자산운용도 세대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주식 시장에 불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박 소장은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존재한다”면서도 “금융 교육의 장이자 노후 준비의 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저금리 때문에 노후 자산 마련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너무 위험도가 높은 특정 종목 중심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고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규 계좌의 60%가 20·30대라고 하는데 투기적인 접근만 지양한다면 상당히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변화 많아져···안정·해외투자 방점 둬야”=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투자법에 대해 박 소장은 “과거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목표 수익을 설정하고 포트폴리오 구성을 해야 한다”며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해외 투자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서 탄력을 받고 있는 추세는 4차 산업혁명, 언택트(비대면)다. 이런 트렌드는 사람들의 근로 기회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며 “자연히 금융시장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금융시장에서 매번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훨씬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투자의 범위를 해외로 넓혀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 소장은 “투자의 기본은 분산투자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한국에만 나의 자산을 모두 투자한다면 2%의 아주 작은 시장에 몰빵투자하는 셈”이라며 “국민연금도 2018년 이후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해외 투자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병행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 소장은=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증권업에 첫발을 디딘 이후 현대투자신탁, 우리투자증권(옛 LG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을 지냈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당시 ‘베스트 애널리스트상’을 37번이나 받을 만큼 스타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2015년부터 NH투자증권 글로벌주식부장을 맡아왔으며 그는 2017년 말 100세시대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2011년 설립돼 크게 리서치와 교육 프로그램 등 2가지 영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서치 부문에선 월간 리서치 리포트를 매달 발간 중이며 격월간으로 더100 매거진이라는 잡지를 발간한다. 정기간행물 2종 외에도 ‘대한민국 직장인 은퇴백서’ 등 단행본 작업도 진행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서울대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최고위 과정 ‘100세시대 인생대학’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100세시대 아카데미’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생대학은 인문학 중심이라면 아카데미는 재무·금융 강좌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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