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홍순탁·김경수 등 3명 전문심리단 확정재판부, 준법위 실효성·지속성 등 의견 제시 요청
재판부는 심리위원들이 점검할 사항과 관련, 삼성 준법감시제도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 의견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 실효적 운영을 양형의 판단 기준으로 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9일 오후 2시께 서울고등법원 303호에서 시작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5차 공판에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심리위원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 사건은 당시 대통령 요구에 따른 기업 후원이라는 합법적 기업거래의 모습으로 대기업 총수와 최고위 임원 실무담당자들이 각자 기업의 임직원을 지휘해 함께 가담한 조직적 기업범죄”라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내부비리를 실효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내부 준법감시위를 조직하고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재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일 경우 진지한 반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은 기업범죄에 있어 범행 후 정황이라는 양형조건에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선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 지정 문제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전문심리위원 후보로 특검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위원인 홍순탁 회계를, 이 부회장 측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이자 한화에너지 사외이사인 김경수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재판부는 이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홍순탁 회계사가 소속된 참여연대는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사유로 고려하는 것 자체에 반대 입장을 냈고, 홍 회계사도 삼성 확정 사건 고발인 중 1명”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특검도 “율촌은 삼성 합병 때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이자 삼성 관련 다수 사건을 변론했다”며 중립성이 부족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에 대해 의견 요청하는 사항은 준법감시제도 개선방안과 실효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점검”이라며 “형사 사건의 사안이나 국정농단 관련사건, 또는 삼성 합병사건의 사안이나 사실관계는 전문심리위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적 식견을 토대로 피고인이 제시하는 준법감시제도 개선 방안, 이것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점검할 수 있는지 여부만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측이 반대한 홍순탁 변호사에 대해 재판부는 “홍 회계사는 많은 기업범죄에 대한 분석과 의견을 제시한 경력이 있다”며 “뇌물이나 횡령 등 기업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더 관심 있고 전문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특검이 반대한 김경수 변호사에 대해선 “기업범죄를 담당하는 대검찰성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했고, 법무법인 기업형사팀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했다. 기업범죄 수사에 있어 공격과 방어 양쪽에 경력이 있다”며 전문심리위원으로 적합하다고 봤다.
앞서 재판부는 올해 초 파기환송심 중단 이전에 삼성의 준법위 활동이 실효적으로 운영된다면 양형 조건으로 참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 특검의 반발을 샀다.
특검은 재판부가 삼성 준법위 활동 등을 양형 기준으로 보고,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전문심리위원 평가로 조기에 재판을 끝내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올 상반기 끝냈어야 하는 파기환송심이 9개월 이상 공백이 발생한 점을 강조하며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크다는 대목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달 30일에 6차 공판기일을 열 예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전문심리위원 의견 진술 등이 더해져 다음달 14일 또는 21일에 결심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연내 파기환송심 변론을 종결하거나, 늦어도 내년 초엔 파기환송심은 마칠 것으로 점쳐진다. 법조계와 삼성 안팎에선 내년 2월 법원 인사 이전에 사건을 마무리 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삼성은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판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코로나 장기화 속에 재개된 글로벌 현장 경영이 연말까지 잠시 주춤해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 재판이 재개되는 일정을 고려해 지난달 네덜란드와 베트남을 닷새 간격으로 연이어 다녀왔고, 다음 행선지는 일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을 다녀온 뒤 공항에서 “일본도 가야한다”며 해외 출장이 계속될 것을 암시했다.
삼성은 일단 파기환송심이 연말이나 내년 초 일단락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의 해외 현장 경영은 자유롭지 못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개를 앞두고 지난 9월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새로운 재판에 변호인단과 대응해야 하고, 자칫 3~4년 또 사업리스크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삼성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이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 경영권 승계 재판도 앞으로 언제 끝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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