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으로 향한 ‘보복소비’ 새벽부터 오픈런 진풍경 샤넬코리아 작년 영업이익, 전년 대비 34% 껑충루이비통, 에르메스 인상 소식에 “샤넬도 오를까”
15일 오전 9시 다들 분주하게 출근하는 시간, 서울 명동 일대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앞은 샤넬백을 사러 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최근 명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샤넬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샤넬백을 사려고 온 사람들로 평소보다 거센 오픈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샤넬코리아는 5월과 11월 두 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앞서 루이비통과 디올, 프라다 등 명품브랜드에서 대거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언제 가격이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샤넬 매장 앞에는 평소보다 과도한 오픈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보통 오픈런 현상은 인기 한정판 제품이 출시되거나 봄·가을 등 가격인상이 이뤄지는 시기에 일어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샤넬 매장 앞에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아침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가격이 곧 오른다는 기사를 보고 빨리 사야겠다는 생각에 매장을 찾았다는 A(여, 32세) 씨는 “샤넬은 한번 올리면 20% 가까이 가격을 올리니까 빨리 사는게 이득이다. 최근 가격 인상 소식이 있어서 봐뒀던 가방을 미리 사려고 왔다”며 “샤넬은 지점마다 입고되는 가방도 다르고 입고 일자도 달라서 줄을 서도 허탕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주는 강남쪽 백화점에 갔었는데 원하는 가방이 없어서 오늘은 명동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여, 41세) 씨는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해 매년 하나씩 가방을 모으고 있다”며 “지난 주말에는 오후 12시쯤 방문했더니 앞에 대기 300명이 있어서 대기 번호가 안 빠져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오늘은 연차라 일찍 왔는데도 어마어마한 줄을 보니 굳이 이렇게까지 사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이날 7시 전에 백화점 앞에 줄을 선 고객들이 10번 내외의 순서를 받을 수 있었다. 10시쯤 방문한 고객은 대기 번호가 100번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기 번호가 빠지는 시간대를 보니 평소 12시 전에 매장에 방문하지 않으면 당일 매장에 들어가기도 힘든 수준이다.
전날에도 신세계 강남점에 6시 30분에 도착한 고객이 20번대의 번호표를 받고 11시 30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압구정 갤러리아나 현대백화점 등 샤넬이 입점해있는 백화점 매장은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제품을 비싼 값에 되파는 ‘업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제품 품귀현상을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92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다고 14일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491억 원으로 전년보다 34.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068억 원으로 31.8% 늘었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상품 매입액을 1700억 원 가량 줄였고 판매·관리비를 아끼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명품에는 불황이 없다’는 말을 입증하듯 명품브랜드들은 지난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8억 원, 영업이익은 15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4%, 176.8% 늘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191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1134억 원을 달성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샤넬과 루이비통에 비해 훨씬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명품을 구매함으로써 소비 욕구를 푸는 보복소비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력이 있는 층에서 명품 구매가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MZ세대 등으로 젊은 세대들이 명품을 많이 찾는 추세”라며 “사치재의 특성상 가격이 오르고 희소성이 높을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소량만 판매하거나, 줄을 서야 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 더욱 높은 판매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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