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구본성 재판 앞두고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직 내려놔2015년부터 남매간 경영권 분쟁 하다 현재는 소강상태지분율 차이 적어 형제들 의사 따라 경영권 향방 결정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올 3월 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자신의 앞을 무리하게 끼어든 차량을 앞질러간 후 일부러 차를 멈춰 충돌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직후 인근 건물 주차장으로 도주한 구 부회장을 피해자가 쫓아가 차량 앞을 막아서자 구 부회장은 그를 차량으로 여러 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선고일은 다음달 3일로 예정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특수상해 혐의가 인정되면 벌금형 없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인 지난 2월 구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막내동생 구지은 대표가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구 전 대표는 구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2016년 캘리스코 대표로 물러난 바 있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시점과 구 전 대표가 대표이사를 사임한 시점이 일치하는 만큼 구 전 대표가 아워홈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워홈 창업자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인 구 부회장과 막내딸인 구 전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펼쳐왔다. 구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슬하에 구본성 부회장, 구명진씨, 구미현씨, 구지은 전 대표 등 1남3녀를 뒀다. 이들 중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것은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뿐이다.
특히 구지은 전 대표는 일찌감치 아워홈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혀왔다. 오빠, 언니들과 달리 일찍부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해 회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구 전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외식사업부 상무로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015년 부사장에 오르며 빠르게 승진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의 가풍을 깨고 첫 여성 후계자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구 전 대표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임원들을 좌천, 업무배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후계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부사장에 오른지 5개월만인 2015년 7월 부사장직을 내려놨고 이듬해에는 관계사인 캘리스코의 대표이사직으로 밀려났다. 구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는 오빠 구본성 부회장이 채웠다. 구 부회장은 그 동안 삼성경제연구소 등 외부에서 일하다 뒤늦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 남매는 여러 차례 다툼을 벌였다. 구 전 대표는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난 이듬해인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아워홈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고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으나 언니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산됐다. 2019년 아워홈 정기주총에서는 구 부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증액과 아들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이를 구 전 대표와 구명진씨가 반대했다. 이후 아워홈은 구 전 대표의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이 때문에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지난해부터는 양측의 갈등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구 부회장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것을 계기로 구 전 대표가 다시 아워홈으로 복귀해 경영권을 두고 두 남매가 또 다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나온다.
아워홈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구본성 부회장(38.56%), 구미현씨(19.28%), 구명진씨(19.60%), 구지은 전 대표(20.67%) 등 이들 오너 형제들이 98.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 전 대표의 지분율은 구 부회장보다 낮지만 언니들의 도움이 있으면 경영권을 찾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특히 구명진씨는 구 전 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현재 구 전 대표에 이어 캘리스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구지은 전 대표, 구명진씨의 지분을 합치면 40.27%가 넘어 구 부회장을 뛰어넘는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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