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만 코스맥스 대표, 중국사업과 화장품사업 이끌어이병주 사장, 지주사 대표직 내려놓고 미국사업 집중두 형제 개인회사 ‘믹스앤매치·레시피’ 승계발판 활용
이경수 회장은 일찌감치 두 형제에게 물려줄 계열사와 사업군을 분리해놨다. 2014년 코스맥스를 인적분할한 코스맥스그룹은 지주회사 코스맥스비티아이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코스맥스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맡는 방식으로 구분했다. 장남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 사장에게는 화장품 계열사와 중국사업을 주로 맡겼으며, 차남 이병주 코스맥스USA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건강기능식품과 미국사업을 맡겼다.
◇2세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첫째는 ‘중국’ 둘째는 ‘미국’= 코스맥스는 창업주 이경수 회장이 1992년 설립한 화장품 연구·개발·생산전문기업(ODM)이다. 이 회장은 화장품 연구개발(R&D)에 주력하며 코스맥스를 세계 1위의 ODM 기업으로 키웠다. 2000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고, 화장품 외 건강기능식품 등 계열사를 확장하며 코스맥스 그룹의 몸집을 키웠다.
코스맥스와 화장품 제조의 양강 체제를 이루는 한국콜마가 국내시장에 주력했다면, 코스맥스는 일찌감치 이경수 회장의 두 아들을 통해 글로벌시장에 집중해왔다.
장남 이병만 대표는 1978년생으로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중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2005년 코스맥스에 입사한 뒤 코스맥스비티아이 기획조정실과 해외영업 총괄부사장, 코스맥스 국내 마케팅본부 총괄부사장 등 그룹 내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영업 부문에서도 전문성을 쌓아왔다. 특히 화장품 분야에서 중국을 거점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국통’으로 불렸다.
차남 이병주 대표는 1979년 출생으로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를,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영학 MBA 학위를 받았다. 2008년에는 코스맥스 기획팀 과장으로 입사해 그룹에서 경영기획 및 지원업무를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사업을 주력 자회사인 코스맥스엔비티에서 영업마케팅 총괄을 거쳤다. 그의 대부분의 이력은 미국사업이 중심이 됐다. 2017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코스맥스 엔비티 미국법인장을 맡았고, 2019년 10월부터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와 코스맥스웨스트·누월드·코스맥스USA 대표를 겸직했다.
2019년 이 회장이 코스맥스·코스맥스비티아이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2세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이 회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76세인 데다, 8년 전부터 두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맥스 측은 이 회장이 여전히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아직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당분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병만·이병주 두 형제가 보유한 지주회사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은 각각 3%·2.8% 수준으로 미미한 만큼 완벽한 경영 승계가 이뤄졌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그룹 내 지분은 이 회장과 배우자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이 43.7%를 보유하고 있다.
◇‘이병만’ 중국사업 성장 주역···‘이병주’ 이끈 미국사업은 낙제점= 이경수 회장은 두 아들에게 차별 없이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각각 중국과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했고, 화장품과 건기식으로 계열사를 분리했다.
코스맥스그룹은 이병만 대표가 입사한 2005년 중국 정부에서 외국인 투자 승인을 받아내면서 본격적인 중국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4월 국내 ODM 업계 최초로 중국 공장을 가동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경력을 중국에서 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코스맥스를 중국시장에 안착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2014년 코스맥스차이나 상무를 지내는 등 중국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병주 대표가 이끈 미국사업은 코스맥스그룹이 2013년 로레알그룹의 미국 오하이오 로레알 셀론 공장을 15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7년에는 ‘코스맥스웨스트’와 ‘누월드’를 각각 167억원과 543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이병주 대표가 미국 법인장으로 재직하면서 로레알 공장 인수와 달라스 건식공장 유치 과정에 크게 기여했다.
두 아들의 사업 성과는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업계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양극화했다. 이병만 대표는 코로나19로 악화한 화장품 부문 손실을 손 소독제로 보완했다. 이 대표는 손 소독제 시장 공급을 늘리며 단기간 내 매출 일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손 소독제와 세정제 수요가 늘자, 미국 공장에서도 생산라인을 늘렸다. 그러나 중국처럼 기대했던 성과를 내진 못했고 지난해 미국 주요 계열사 코스맥스USA, 코스맥스 웨스트, 누월드는 합산 14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미국사업은 중국사업과 달리 8년째 적자만 쌓여가고 있다.
국내 본사에서 미국에 투자한 금액에 손실이 발생하면서 미국 법인 부진은 코스맥스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이병주 대표는 지난해 말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으나, 1년 만인 올해 3월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놨다. 현재 이병주 대표는 코스맥스USA와 코스맥스웨스트, 누월드의 대표이사, 코스맥스엔비티 이사직을 맡으면서 미국사업 살리기에 나선 상태다.
부진한 미국사업은 이병주 대표의 경영능력에 물음표를 찍히게 했다. 코스맥스 측은 하반기 마스크를 벗고 내수 소비가 늘어나면 미국법인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아직 미국 현지에서 코스맥스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만큼 빠른 회복을 이루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이병만 대표는 주요 계열사를 이끌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초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고, 현재 코스맥스, 코스맥스이스트, 코스맥스아이큐어, 코스맥스라보라토리 등 총 4곳의 계열사에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두 아들의 사업 성과가 확연하게 달라지자, 업계에서는 승계에 대한 무게추가 장남에게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초 코스맥스그룹 신년사를 지주사 수장인 이병주 사장이 아닌 이병만 사장이 대신 진행한 것도 이러한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2세 개인회사 ‘믹스앤매치·레시피’ 승계재원 마련 지렛대 역할= 두 형제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도 승계에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화장품 개발 및 주문 화장품 생산회사인 믹스앤매치는 이병만 대표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고,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 제조사 레시피는 이병주 대표가 지분 76%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이들 회사는 2016년부터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2세의 지배력을 키우고 승계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보유한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각각 5.47%, 5.58%로 그룹 내에서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
두 회사는 코스맥스그룹의 사업영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코스맥스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비중도 높은 편이다. 덕분에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 승계재원 마련에 사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믹스앤매치는 전체 매출에서 30% 가량이 코스맥스그룹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된다. 2016년부터 발생한 내부거래는 믹스앤매치의 매출액 증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레시피 역시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16년부터 레시피는 원가관리 차원에서 원재료 대부분을 코스맥스그룹 계열사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레시피는 지난해 당기상품매입액 425억원 중 내부거래는 85%인 369억원에 달했다. 2017년 98.9%에 달한 것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그룹사의 매출이 아닌 ‘매입’ 거래이기 떄문에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이 아니다.
두 형제가 보유한 또 다른 계열사로 화장품 및 화장품 용기 제조 업체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와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기업 ‘코스맥스바이오’가 있다. 두 회사 모두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통해 승계재원 마련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형제의 승계 교통정리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다. 그룹 내 화장품과 건기식 등 계열사를 구분해 두 형제가 책임지고 경영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창업주 이경수 회장 부부의 지분이 높은 만큼 2세에게 지분승계까지 이뤄져야 완벽한 승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어 여전히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은 상황이다. 현재 이병만 대표가 맡았던 중국과 화장품 사업이 두곽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두 형제가 맡은 사업의 향후 성과에 따라 형제간 지분승계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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