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예정됐던 주식매매거래 종결 및 임시주총 연기3천억 매각가 헐값 논란 지속에 오너일가 변심 가능성한앤컴퍼니 “계약 위반 법적 대응도 불사” 거세게 반발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이날 예정돼 있던 임시주총을 9월 14일로 약 6주간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쌍방 당사자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이 불발되면서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한앤컴퍼니 측 인사들이 남양유업 이사회에 입성하지 못하게 됐다. 이날 주총에 앞서 거래를 마무리하고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넘겨 받기로 한 것 역시 무산됐다.
한앤컴퍼니는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개최된 남양유업의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이전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현 대주주인 매도인(홍원식 전 회장과 오너일가)의 일방적인 의지에 의해 6주간 연기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임시주총 당일인 오늘 홍 회장 측이 입장을 뒤집어 한앤컴퍼니와의 협의는 물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주총을 6주간 연기했다”며 “거듭된 요청에도 매도인(홍 전 회장)은 합의된 거래종결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앤컴퍼니가 홍 전 회장 측을 공개 비판한 데다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딜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금지급시한은 늦어도 8월 31일을 넘길 수 없는데, 연기된 주총 날짜가 이를 넘긴 9월 14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홍 전 회장 측이 변심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홍 전 회장 측이 ‘불가리스 사태’ 당시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서둘러 회사를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긴 했으나 ‘헐값’ 논란이 이어지면서 마음을 바꾼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셀프 발표로 논란이 벌어진 후 회장직을 내려놨다. 이어 홍 전 회장 등 오너일가는 한앤컴퍼니에 지분 53%(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매각가를 두고 시장에서는 ‘헐값이다’, ‘적정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평판이 워낙 좋지 않고 저출산으로 인해 남양유업의 주력 시장이 축소하고 있다는 점, 남양유업의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 등 때문에 적정한 가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앤컴퍼니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5월 27일 당일 종가(43만9000원)의 1.86배인 주당 82만원에 남양유업을 인수했는데, 일각에서는 오히려 비싸게 산 것이라는 평가도 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이전만 해도 성장가도를 달린 탄탄한 기업이었고, 현재도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내면서 우유 시장 점유율도 12%에 달하는 2위 사업자에 올라있다. 잇단 논란으로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긴 했으나 ‘불가리스’, ‘맛있는 우유’, ‘임페리얼 분유’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도 다수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남양유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추후 홍 전 회장 측에게 회사를 되파는 ‘파킹딜’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전 회장 측이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협상하길 원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그가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던 당시에는 불가리스 사태 논란이 거세 경황이 없었다면, 현재는 여러 리스크들이 해소돼 논란이 잠잠해진 상황이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최근 과징금처분을 받으며 영업정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또 남양유업은 최근 매일유업을 온라인에서 비방한 혐의에 대해 매일유업에 ‘공식 사과’ 하면서 소송도 마무리됐다.
또 한편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애초부터 남양유업을 헐값으로 사들이려고 한 것이 결국 뒤늦게 걸림돌이 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이미 상호 동의 하에 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홍 전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절차에서 벗어난 만큼 추후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는 홍 회장 측이 이행보증금을 물고서라도 한앤컴퍼니보다 더 비싼 값을 쳐줄 다른 원매자와 접촉할 가능성도 거론 중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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