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바일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가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를 앞장서서 판매했던 이커머스 기업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한 플랫폼도 “함께 책임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플랫폼들은 ‘중개 역할만 하므로 책임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머지포인트’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개월 전 지인이 알려줬던 기억이 났다. 머지포인트 서비스는 월 1만5000원을 내면 제휴 가맹점에서 무조건 20% 할인해주는 ‘머지플러스’와 모바일 바우처 ‘머지머니’로 나뉜다. 이중 머지머니는 이커머스에서 20% 이상 할인가격으로 종종 판매됐다. 쿠폰 등을 사용하면 20만원권을 15만원대 파격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도 나도 이 포인트를 구매하진 않았다. 우리가 이를 구매하지 않은 데는 ‘귀찮음’이 더 컸던 이유가 컸다. 머지포인트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바우처 코드를 등록하는 일련의 과정이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당시 이 생소한 이름을 가진 포인트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했다. 마트,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었을뿐더러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두 자릿수 할인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니 안전하겠지, 요즘 뜨는 서비스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현재 “안 사서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갑자기’ 등장한 상품권의 할인 폭이 왜 이렇게 큰지, 그렇다면 어디서 수익을 얻는 건지, 왜 이렇게 제휴처는 많은지, 이커머스 기업들이 15일 간격으로 핫딜을 하는지 의아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이 머지포인트를 구매했던 이유는 판매처와 제휴처에 대한 신뢰에 있다.
이 포인트가 결제수단으로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플랫폼이 일종의 ‘보증’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구매한다. 소비자가 오픈마켓에서 ‘짝퉁’ 명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도 이 판매자는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앞장서서 추가할인, 포인트 지급까지 해주는 ‘무형의 재화’는 충분히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 이커머스 업체들은 수시로 ‘핫딜’과 추가할인을 내세워 머지포인트를 대량 판매했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챙겼다. 주어진 기간 내에 바우처를 등록한 소비자들에게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홍보하면서 머지포인트 판매에 열을 올렸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어나기 하루이틀 전까지 ‘단 하루 21% 할인’ 푸시 알람을 보내며 구매를 유도한 플랫폼도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는 머지포인트 계약 거래 주체가 사업자-소비자 간에 있고 플랫폼은 중개 역할만 해 책임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머지포인트 앱에 등록하지 않은 바우처에 대해서는 환불이 가능하지만, 등록한 포인트는 보상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용하지도 못할 포인트를 올려두고 할인, 푸시 알림 등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판매한 플랫폼이 ‘도의적 책임’조차 지지 않는 것은 상당히 비윤리적인 행동처럼 보인다.
대부분 소비자는 포인트 업체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로 등록돼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기업은 충분히 이를 인지하고 확인할 능력도 있다. 그런데도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는 데서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판매하고 매출도 늘어나니 일단 팔고 보자는 태도를 취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한 명의 소비자 방문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책임론이 대두된 것 또한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경쟁사가 판매하니까”로 시작됐다. 이들에게 “경쟁사도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으니까” 괜찮을 수 있을까 묻고 싶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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