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증권업계 ‘퇴직연금 랩’ 12년 만에 사라진다

고용부, 퇴직연금 랩 유권해석 재해석···내년 6월 서비스 완전 중단

5년차 이후 수수료 0.01%에 누적 수익률 107%···가입자 2만여명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운영해오던 퇴직연금 랩(wrap)이 12년 만에 사라진다. 고용노동부가 랩 상품에 대한 기존 유권해석을 재해석한 것에 따른 조치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상품이 오는 13일부터 판매가 중단된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개인 고객과 투자 일임계약을 맺고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9년 2월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퇴직연금 랩을 선보였다.

8월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가입자 수는 총 2만1516명, 총 운용금액은 1조3292억원이다. 랩 상품에 대한 고용부의 재해석에 따라 모든 가입자는 내년 6월 30일까지 다른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NH투자증권도 퇴직연금 랩 상품을 운용했으나 2014년부터는 이미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고, 현재 잔고는 수억원 수준이다.

퇴직연금 랩 상품은 자산을 알아서 운용해주고 수수료도 저렴하다는 점에서 가입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의 가입 첫해 수수료는 무료이고 2~4년 차는 0.05%, 그 이후부터는 0.01%다.

퇴직연금 랩의 주력 유형 수익률은 6개월 2.92%, 1년 7.88%, 2년 19.17%. 3년 23.38%로 집계됐다. 출시 후 연환산 수익률은 5.99%, 누적 수익률은 107.72%에 달한다.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지난 2008년 미래에셋증권은 투자를 일임하는 퇴직연금 랩을 판매해도 되는지 판단해달라며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당시 고용부는 문제가 없다고 봤으나 13년 만에 기존 유권해석을 뒤집었다. 고용부는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이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성실히 따르고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