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매수 대신 ‘관망’ 권고···“불확실성 4분기까지”美·유럽 등 영향 적어···배당주 등 리스크 헤지 주목
전문가들은 헝다그룹 이슈가 리먼 사태 수준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지만, 증시 불안은 오는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하락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기보다는 추후 상황을 살피면서 배당주 등 리스크 헤지 차원의 신중한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9.69포인트(0.31%) 내린 3130.82를 가리키고 있다.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는 그간의 낙폭을 소폭 만회했지만 국내 증시는 추석 연휴 휴장으로 뒤늦게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가 중국과의 커플링(동조현상) 추세가 강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융불안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전일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하기도 했으나 재차 매물이 출회된 가운데 혼조세로 마감했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홍콩 항셍지수는 0.51% 상승하는 등 안정을 찾았으나 여전히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가 글로벌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 회의 결과 안도감 속에 헝다 사태를 당분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헝다그룹 디폴트 리스크가 연휴기간 동안 확산과 진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금융불안 리스크는 해소되지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헝다그룹은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로 지난해 중국 주택시장의 4%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동시에 중국 최대 역외 채무자로, 부동산 의존도와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중국의 성장 모델을 상징해왔다. 그러나 부채 규모가 300조원을 넘기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Red등급’으로 분류됐고, 최근 중국 정부의 부채 축소 정책을 꺼내면서 파산설이 불거졌다.
우선 증권가에선 헝다그룹 이슈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의 주가는 디커플링이 심해지고 있다”며 “헝다그룹은 연초대비 85% 폭락한 반면 부채비율이 최우량(Green등급)인 개발기업 주가는 안정적이었고 우량(Yellow등급)인 기업 역시 20% 하락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개입 의지가 확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헝다그룹 사태가 무질서한 기업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중국 정부가 어느 선에서 개입할 지는 불확실하다”며 “이후 부양정책 기대에 대한 불확실성은 4분기 초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연임을 앞둔 시징핑 중국 국가 주석의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은 내년 10월 연임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를 계속 악화시키긴 어렵다”며 “시진핑의 입지는 강력하지만 그렇다고 공산당을 완전 장악한 것도 아니어서 4분기엔 경제를 확장시키려는 시도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4분기까진 한국 증시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는 시장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다. 코스피 지수는 당분간 박스권 등락 과정을 지속할 것”이라며 “과도한 비관론을 선제적으로 앞세울 시점은 아니지만, 글로벌 신용 위험의 확산 여부는 향후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선진국 회사채 스프레드는 투자등급채와 하이일드채 모두 안정세를 유지하며 신용 위험의 글로벌 확산이 억제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반면 신흥국의 경우 투자등급채와 하이일드채의 스프레드 확대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겐 저가 매수보다는 관망세 속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중국 헝다 리스크와 더불어 미국 성장 둔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전환 의지 등 증시 불안 요소가 상존해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신흥국 증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주가가 흔들릴 때 매수하는 용기보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기다. 변동성이 커질 때 프리미엄을 받는 배당주를 추천하지만 절대수익률 측면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우리와 근거리 교역국인 중국의 위기는 한국에게 더욱 직접적 영향을 준다. 또 테이퍼링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달러 강세 가능성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형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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