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등 외부 경영권 공격 방어 차원 산은 등장에 분쟁 종료, 비정상적 규모 고민임기만료 사외이사 3인, 연임이나 신규선임과도한 인원 수 조정 위해 충원 가능성 낮아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 사외이사인 주인기 연세대 명예교수, 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신성환 홍익대 교수의 임기가 오는 2022년 3월28일 종료된다. 한진칼 이사 임기는 3년이다.
한진칼 이사회는 현재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3분기 말 기준 한진칼 직원수(계약직 포함)가 총 29명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달하는 비율이다.
한진칼 이사회가 과도하게 비대해진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이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이전인 2018년 말 기준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 총 6인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KCGI는 빠르게 지분율을 늘리며 이사회 진입을 노렸다. KCGI는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 2인을 추천했고, 한진칼 측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사 후보 3인을 새롭게 내세웠다.
KCGI 주주제안은 지분 보유 시기를 이유로 안건 상정에 실패했다. KCGI의 반대에도 불구 한진칼 측 이사 후보가 모두 선임되면서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총 7명이 됐다.
작년 주총에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부세력인 KCGI,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결성하고 사내이사 2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총 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1석을 비롯해 조원태 회장과 사외이사 1명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만큼, 이 자리들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진칼 측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과 하은용 사장의 신규 선임안을 올렸다. 또 사외이사 후보 5명을 선임 안건으로 상정했다.
치열한 표결 결과 한진칼 측 이사 선임안은 모두 가결된 반면, 3자연합 측 이사 선임안은 전원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진칼 이사회 수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 총 11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주총은 산업은행이 3대주주로 등판하면서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10%가 넘는 지분을 취득했다.
산은은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 측 백기사로 분류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3자연합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을 단 한 건도 하지 않았고, 주총이 끝난 직후 와해됐다.
하지만 사외이사 수는 3명이 더 추가되며 지금의 14명이 됐다. 산은이 투자 조건으로 자신들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의 선임을 달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칼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하며 지분율을 2%대로 낮췄고, KCGI와 반도건설은 산은에 협력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경영권이 안정화된 만큼, 비정상적인 이사회 규모를 유지할지 예단할 수 없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수는 3인 이상으로 하되, 사외이사는 3인 이상에 총 수의 과반수이면 된다.
한진칼 이사회는 임기 만료 이사들의 임기를 한 차례 늘릴 수 있다. 상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 임기를 총 6년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들 사외이사 3인은 모두 주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주인기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장이고, 주순식 사외이사는 ESG경영위원회 위원장이다. 또 신성환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에 올라있다.
이사회 쇄신을 위해 변화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후보를 물색, 선임하는 것이다.
주순식 사외이사가 과거 고문이던 법무법인 율촌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소송 변호를 맡아왔고, 신성환 사외이사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의 서울대와 MIT 동문이라는 점에서 한때 독립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충원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거론한다. 사외이사가 11명인 만큼, 주전공이 겹칠 수밖에 없다. 실제 한진칼 사외이사 중 금융·재무 분야 전문가만 7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이사회 덩치가 과도하게 크다는 지적이 존재하는 만큼, 이사회 구성원을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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