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수준 높고 증가 속도 빨라부채 늘면 소비 제약·금융안정 저해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한 부채 수준은 거시금융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말 843조원에서 올해 3분기 1845조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부채 수준이 높고 증가 속도도 빠른편이다.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9%로 상위 30개 주요국 평균 63.2%를 크게 웃도는데다 지난 10년 간 동 비율의 증가 폭 31.7%p도 주요국의 6.9%p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주요인으로 봤다. 특히 저소득층고 청년층 소비 제약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가계의 DSR이 8%p 상승하는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은 소비가 제약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으로 나타났는데, 저소득층 및 청년층의 임계치 초과 가구 비중이 각각 27.7%, 19.7%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가계부채의 소비제약 임계치를 추정한 결과 DSR 기준 45.9%로 지난 3월말 평균 DSR(36.1%)를 상회하고 있어 아직까지 가계 전반적인 채무상환 부담이 소비를 제약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금융과 실물경제 변동성 확대와 금융시스템 안정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가 자산매입에 활용될 경우 자산가격 변동을 매개로 금융 시장 및 실물경제의 변동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대내외 충격으로 인해 금융‧경제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산가격 조정에 따른 디레버리징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높은 실물자산 보유 비중이나 고위험가구의 증가 등을 감안하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할 경우 실물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주택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최근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데다 가계 주담대의 경우 LTV 비율이 낮은 수준이어서 큰 폭의 디레버리징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융불균형 조정에 따른 실물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이다. 과거 금융불안이 초래되었던 경제적 위기 직전에는 예외없이 금융불균형 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었으며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금융불균형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금융불안과 경기부진을 경험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현재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4분기 이후 경제성장률 예상분포의 꼬리위험(tail-risk)이 증가(GaR 하위 10%, -2.2%)하는 등 하방리스크가 확대됐다.
가계대출 부도율이 0.83%(20년 4/4분기)에서 1.18%로 상승하고 부실 규모도 5조4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 증가한 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가계부채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소비를 제약할 수준까지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주택가격 급락 등 금융불균형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양호한 복원력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가계부채가 누증될수록 대내외 충격에 금융·실물경제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증가세의 억제 노력은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산시장의 자금쏠림으로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자산시장으로의 유입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주택시장의 과도한 위험 및 수익 추구 성향,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완화될 수 있도록 주택공급 확대 등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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