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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물연대 파업에 볼모된 하이트진로

오피니언 기자수첩

화물연대 파업에 볼모된 하이트진로

등록 2022.06.07 16:24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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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전국민주노총조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하이트진로에 불똥이 튀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물류 운송을 막은 탓에 생산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고 일부 주류 도매상들은 직접 트럭을 몰고 와 제품을 가져가기 이르렀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지난 4일부터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이즈백 제품을 1박스씩 만 발주할 수 있도록 제한했고, 이마트24도 같은 날부터 소주병 제품에 대해 각 3박스까지만 주문하도록 했다. CU는 7일부터 일부 물류센터에서 출고되는 참이슬 제품에 대한 발주 정지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안전운임제 유지 및 확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들에게 최소한의 적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됐으며 정해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된다. 이 제도는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번 파업에서 유독 '하이트진로'가 타깃이 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주류업계에서 물류 파업이라 하면 오비맥주지회의 파업이 대부분이었고 하이트진로는 물류 파업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지는 않았었다.

'왜 하이트진로가 대한 집중 공세 대상이 됐느냐'를 두고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그간 하이트진로 이천 소주공장을 맡은 화물차주 중에서는 강성 노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 3월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일부가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가입 이후 운송 거부 등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이슈가 불거졌다.

실제 화물연대는 지난 3월부터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에서 총 26차례 파업 집회를 벌였다. 특히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은 총파업을 선언하며 이천공장 점거를 시도해 사측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현재는 청주공장 상황이 더욱 심각하고 이달 들어 평균출고율은 평소 대비 3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트진로를 타깃 삼는 것이 여론을 집중시키기에도 최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진로의 인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게 자명하다. 소비자들의 생활과도 상당히 밀접한 소주, 맥주를 제조하는 사업자기 때문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곳'이란 점도 한몫을 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실제 파업 현장은 상당히 격화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총파업 결정 이전에도 이들 조합원들은 공장 정문을 막고 비속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차량 진입을 막았다. 경찰의 멱살을 잡은 노조원 1명이 폭행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파업'이 생존과 직결되는 처우개선을 관철하는 수단인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법의 울타리 안에서도 해결할 수 없을 경우의 울분과 답답한 심경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작금의 상황에서 파업이 더욱 폭력적인 양상으로만 흘러간다면 여론이 더욱 차갑게 식을 것이란 게 우려스럽다.

이들이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화물연대는 정부와 1차 교섭을 벌였지만, 국토교통부는 시행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 외에는 속 시원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연구용역이 국회에 제출되지 못하면서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화물자동차법 개정안도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날 단순 집회가 아닌 정상 운행차량의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고 화물연대 요구사항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 정부는 언제나 화물연대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용역 제출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개정안 또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동안 애꿎은 하이트진로가 볼모로 잡혔다. 당장은 하이트진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수많은 기업과 자영업자, 나아가 소비자까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에 대한 협상을 조속히 추진하고, 국회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르게 팔을 걷어붙여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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