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출범도 전 유명무실해진 '배달업 공제조합'

공식 출범도 전 유명무실해진 '배달업 공제조합'

등록 2022.08.04 16:49

김민지

  기자

본출자금 납입 두고 배달앱-대행업체 간 의견 갈려기금 유지 위해 기사에게 걷는 공제비 논의도 아직지지부진 상황 속 각 업체 시간제 보험 도입·인하

사진=유토이미지 제공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정부가 배달 종사자들의 유상운송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이륜차 배달업 공제조합이 출범도 전 유명무실해지는 모양새다. 출자금 부담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나뉘는 상황에서 각 업체가 이미 시간제 보험을 속속 도입해 보험료까지 추가 인하하고 나서면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륜차 배달업 공제조합의 본출자금을 놓고 배달앱 운영사와 배달대행업체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 주관으로 열린 민·관 합동 배달업 공제조합 추진 협의체 회의 또한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업 공제조합은 이륜차(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하는 배달 기사들의 유상운송용 보험료 부담을 덜어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는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서비스·위대한상상·로지올·바로고·메쉬코리아·스파이더크래프트·만나코퍼레이션·슈퍼히어로 등 9곳과 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 추진에 나섰다.

유상운송용 보험은 배달 도중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하지만 보험료가 비싸 가입률이 저조했다. 실제 유상운송용 평균보험료는 연 204만원(2020년 말 기준)으로 가정용 보험료의 11배 수준이다.

또 유상운송보험 가입대수는 3만7000대로 가입률은 19%(종사자 20만명 추산)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많은 종사자들이 가정용 보험에 가입해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정되면서 업계가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본출자금 납입을 앞두고 업계의 의견이 갈리며 각 업체가 부담할 출자금 규모도 확정 짓지 못한 상황이다. 출자금은 이륜차 배달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 개발·운용과 공제조합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본출자금은 140억원 규모로 내년 이뤄질 계획인데, 배달앱 3사는 배달대행업체가 라이더를 더 많이 고용하고 있으니 대행업체들이 금액을 조금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앱 3사의 규모가 더욱 큰 업체들이 더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니 출자금을 어떻게 모을지조차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출자금에서부터 막히다 보니 출자금 이후 기금 유지를 위해 라이더들에게 걷는 공제비에 대한 논의는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공제비를 얼마나 걷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자금을 운용할지가 공제조합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는 출자금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는 사이 각 업체들은 속속 시간제보험상품 출시에 나섰다. 배민은 이미 지난 2019년 KB손해보험과 '시간제 이륜자동차 보험'을 도입했다. 이는 연 단위로 계약하는 기존 보험과 달리 배달 업무에 종사하는 시간에만 적용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지난해엔 DB손해보험과 추가로 제휴를 맺고 가입 조건을 개선했다. 시간제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늘며 보험료도 10%정도 낮아졌다.

올해 4월에는 쿠팡이츠가 시간제 유상운송보험을 도입했다. 자동차와 이륜차를 운송수단으로 하는 배달파트너가 실제로 배달을 수행한 시간만큼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보상(대인보상)과 대물보상이 가능하다.

배민이 도입한 시간제 보험과 거의 비슷하지만, 쿠팡이츠의 경우 자전거·전동킥보드 등에 대한 전용 시간제 보험 상품은 아직 없다. 요기요는 단시간 라이더를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제 보험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배민은 스몰티켓과 함께 시간제 보험 비용을 인하하고 나섰다. 초창기 대비 20% 넘게 보험료를 내려 업계 최저가로 시간제 보험을 제공, 라이더의 보험 가입을 장려한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출자금에 대해 배달앱이나 배달대행업체의 실제 운영 측면에서 어느 쪽이 더 사고가 많은지, 생태계 차원에서 매출이 어디가 큰지 의견이 갈릴 때 국토부가 나서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공제조합 취지는 정말 좋았지만 지지부진한 사이 각 업체가 더 저렴한 보험상품을 이미 출시해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