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압구정은 '현대'와 '현대 아닌 곳'으로 나뉜다···'디에이치 제국' 선포

부동산 도시정비 한강벨트 격전 SWOT 분석-②현대건설

압구정은 '현대'와 '현대 아닌 곳'으로 나뉜다···'디에이치 제국' 선포

등록 2026.03.16 06:05

김성배

  기자

S='압구정 현대' 상징성·팬덤 보유 W=조합과 토지 분쟁 변수O=디에이치 리브랜딩 T=동시다발적 수주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압구정 1~5구역(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전 지구에서 모두 활동할 수 있는 건 주민들이 '압구정 현대'라는 가치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압구정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압구정 현대가 아닌 아파트로 나뉠 것으로 확신합니다."(현대건설 핵심 관계자)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대어인 '한강벨트'에서도 핵심지 압구정과 성수(성수전략정비구역)를 중심으로 총 사업비 20조원에 이르는 이른바 '수주 빅뱅'이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끝판왕'으로 불리는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1~6구역)는 단순한 재건축을 넘어 국내 부촌 지도를 다시 그리는 역사와 상징성을 지닌다.

압구정 맹주로 알려진 현대건설도 이러한 상징성을 내세운다. 압구정 일대는 1970년대 현대건설이 시공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민간 고급 아파트 단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주도로 조성된 이 단지는 이후 국내 아파트 시장의 고급화 흐름을 이끈 상징적 프로젝트로, 이른바 '현대 브랜드 주거 문화'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도시정비 수주 '10조 클럽'에 입성하며 7년 연속 왕좌를 지킨 현대건설이 성수지구를 과감히 포기하고 압구정에 화력을 결집한 이유는 명확하다. 1970년대 '압구정 현대'로 대한민국 아파트 문화의 서막을 열었던 현대건설이 반세기 만에 다시 압구정동 일대를 압도적 규모의 '디에이치(THE H) 브랜드 타운'으로 재건해 하이엔드 종가(宗家)의 자존심을 완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지난해 총사업비 3조 원 규모의 압구정 2구역을 선점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남은 3~5구역의 여정은 험난하다. 삼성물산,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의 '진검승부'가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한강벨트 격전지 분석-②현대건설] 편을 통해 압구정에 '디에이치 제국' 건설의 사활을 건 현대건설의 내외부 전력을 SWOT 분석으로 정밀 진단한다.

◇강점(Strength)|'압구정 현대' 팬덤···50년 헤리티지 전략
현대건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사적 정통성'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라는 40년 이상의 상징성을 계승하면서, 압구정 일대에서 압구정 현대의 이름과 전통을 가장 잘 이해하는 건설사는 역시 '현대건설'이라는 인식이 입주민들과 조합원 사이에서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해 '압구정 현대' 상표권을 출원하며 현대 브랜드 계승 의지를 공식화했다. 재건축 이후에도 압구정 현대의 헤리티지를 온전히 잇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합원들도 '압구정 현대'라는 이름을 계속 품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압구정 현대가 쌓아온 고유한 정체성과 가치가 새 단지에서도 계승돼야 한다는 점에서 원조 파트너인 현대건설과의 동행이 유력한 옵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일례로 압구정 5구역(압구정 한양 1·2차)에는 현대아파트가 존재하지 않지만, 압구정의 맹주인 현대건설에 대한 선호도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은 압구정 현대와 압구정 현대가 아닌 아파트로 갈릴 것"이라는 현대건설 핵심 홍보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의 야심찬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역시 한강벨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지난해 압구정 2구역 수주를 필두로, 인근 한남3구역(디에이치 한남)을 비롯해 반포 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 등을 확보하면서 한강변 일대에 깃발을 꽂고 있다.

◇약점(Weakness)|압구정 3구역 공동 필지 소송 등 분쟁 변수
다만 압구정3구역 내 일부 공동 필지 문제는 사업 추진의 잠재적 리스크로 지목된다. 1970년대 개발 과정에서 일부 대지 지분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3구역 내 압구정동 9개 필지(약 4만706㎡)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서울시 등의 명의로 남아 있다. 이는 전체 면적의 약 11%다. 1970년대 압구정동 개발이 이뤄질 때 대지 지분 소유권 이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합원들은 2조 6000억 원 규모의 토지 소유권 소송전을 시작했다. 압구정 3구역 조합은 지난달 '압구정3구역 3차·4차·10차 아파트 대지권 소송 등 용역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다만 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신반포3차(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4차(메이플자이) 등의 강남 핵심 사업장에서도 과거 누락된 토지 지분이 발견돼 순리대로 조합으로 토지가 귀속된 사례가 있고, 당사자인 현대건설도 향후 "토지 일괄 정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조합에서도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안중근 압구정 3구역 조합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현재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대지지분 관련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사업 추진에 지장 없이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Opportunity)|'디에이치 타운'으로 '브랜드 리빌딩'
현대건설은 '압구정 종가'의 자존심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미 시공권을 확보한 2구역의 저력을 발판 삼아 3·5구역까지 석권함으로써 압구정 일대를 거대한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으로 집대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반세기 전 현대가 쌓아 올린 브랜드 헤리티지를 완결짓겠다는 상징적 선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압구정 수주전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 이 같은 역사적 맥락이 깊게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현대건설이 직접 일구었던 압구정 일대 도시 브랜드를 재건축을 통해 다시 세우는 '브랜드 리빌딩(Brand Rebuilding)'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정비사업 수주를 넘어, 현대건설의 기업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압구정 현대의 부활'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강변 입지의 상징성과 희소성, RSHP의 차별화된 글로벌 설계 역량을 더해 서울 강남권을 대표할 새로운 하이엔드 주거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겠다"라고 말했다.

◇위협(Threat)|3·5구역 동시 격전···양면전선 압박
현대건설이 직면한 가장 실질적인 위협은 압구정이라는 좁은 전장에서 벌어지는 '사투' 그 자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개발의 원조임을 자처하는 HDC현대산업개발(3구역)과 하이엔드 강자 '아크로'를 앞세운 DL이앤씨(5구역)와 동시에 맞붙는 '양면전선'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단일 지역 내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숙적들과 동시다발적인 혈전을 치러야 함을 의미한다. 텃밭을 지키려는 현대건설과 그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경쟁사들 간의 백병전이 압구정 전역을 '수주 전쟁터'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압구정 5구역 참여를 예고한 DL이앤씨가 현대건설에 가장 위협적이란 분석이 많다. DL이앤씨가 압구정에서 수주 차별화 전략을 선택하면서다. DL이앤씨는 압구정 3·4·5구역 가운데 5구역 한 곳에만 입찰하는 '집중 전략'을 택했다.

DL이앤씨는 단일 사업장에 설계·금융 조건·특화 상품·브랜드 역량을 총동원해 제안 완성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글로벌 톱티어 협업' 카드다.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 초고층 구조 설계 전문기업 에이럽과 협업을 추진해 압구정5구역을 향후 수십 년간 하이엔드 주거의 기준점으로 남을 프로젝트로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은 전통적 부촌의 상징을 넘어 강남권 하이엔드 주거 지형을 재편할 상징적 프로젝트"라며 "현대건설이 핵심 구역을 연이어 확보하며 '싹쓸이 수주'에 성공한다면 향후 10년 정비사업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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