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매출 50조원 첫 돌파···석화 부진에 수익성은 '와르르'(종합)

지난해 영업익 전년比 40.4% 급감···석화사업 4분기 적자

첨단소재·엔솔 실적 호조···새해 매출 목표 32조2000억원

"테슬라 오더컷 소문 사실무근"···'아베오' 인수효과 기대감

설비투자 4조원 계획···엔솔 주식매각 아닌 차입 조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50조원을 돌파했지만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으로 수익성은 큰 폭으로 위축됐다. 올해 약 4조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예고한 LG화학은 테슬라의 '오더컷' 소문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LG화학은 31일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매출액 51조8649억원, 영업이익 2조9957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4%나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의 매출액은 30조9000억원으로, 올해 매출액 목표는 전년 대비 4% 증가한 32조2000억원으로 설정했다.

LG화학의 영업이익 감소는 석유화학 사업 부진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석유화학 사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3.7% 급감한 1조750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엔 166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기보수, 화물연대 파업 등 비경상적 요인과 중국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4분기 기회손실 비용은 총 1400억~1500억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기보수(TA)에 따른 영향 1200억원,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영향 200억원 등"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에서는 양호한 수익성을 보였다. 첨단소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1% 증가한 9230억원을 기록했고, 생명과학(740억원)의 영업이익도 10.4% 늘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58.1% 증가한 1조21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화학은 올해 매출액 목표로 전년 대비 4% 증가한 32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둔화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발판을 지속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의 기존 제품의 저탄소화, 고부가 사업 강화, 지속가능 신사업 육성, 첨단소재부문의 양극재 출하 물량 증가(50% 이상)에 따른 매출 성장 ▲생명과학부문의 아베오 인수를 통한 글로벌 사업 시너지 극대화 등을 통해 전사 차원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메탈 가격 급등에 따른 재고 효과, 환율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고객사의 신규 라인 가동에 따른 물량 증가와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력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10% 내외의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시장에서 나돌던 고객사 테슬라의 오더컷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4분기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이후, 1분기 물량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60% 성장이 목표다.

또 첨단소재 부문에 대해서는 "올해 고객사의 신규라인 증가로 10% 내외 수익성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메탈 가격 급등에 따른 재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LG화학은 지난해 크게 부진했던 석유화학 업황이 올해 3월 이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변기대 LG화학 상무는 "올해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반등으로 석유화학 시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3월 중국 경기부양책이 가시화될 경우 좀 더 빠른 바탕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과학부문도 올해 '아베오' 인수에 따른 실적개선이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윤수희 LG화학 전무는 "종속회사로 편입돼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아베오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사업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며 "올해 생명과학부문에서 매출액 1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해 3조5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4조원 가량을 설비투자에 쏟아 붓고, 필요한 자금은 차입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주식 매각이 아닌 비핵심 자산 처분을 것을 우선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차동석 LG화학 CFO 사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중히 집행하겠지만 현재 추진 중인 3대 신성장 동력엔 반드시 투자할 것"이라며 "이미 1월 중에 1조4000억원 규모를 회사채와 외화자금 등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금액은 변동사항이 없으면 자금 차입으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또 LG화학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됐지만 양극재 북미투자 계획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IRA 백서 발표와 관련해 양극재 생산지 전략에 대한 당사의 자유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북미 제조업체(OEM)와 셀 업체들은 공급 안정성 확대를 위해 당사에 북미 양산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 양극재 북미 투자 계획에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