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맞는 퇴직연금 시장, 실적배당형 TDF가 뜬다

그래픽=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지난해 7월 도입 이후 두 차례의 상품 심사를 거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300조원을 돌파한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그간 퇴직연금 가입자 상당수는 전문성 부족과 낮은 관심도 탓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원리금보장상품에 넣어두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 미만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퇴직연금 가입자 수익률 제고 목적의 디폴트옵션 조항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지난 2021년 12월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2년 7월부터 시행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하반기 상품 심사를 거쳐 11월과 12월 두 차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 259개를 위험등급별로 분류해 발표했다. 이로 인해 가입자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상품 가입을 진행 중이다.

회사 경영진은 승인받은 디폴트옵션을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거쳐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시키고 규약에 반영된 디폴트옵션의 주요 정보를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아 근로자는 그 중 하나의 상품을 디폴트옵션으로 선정하게 된다.

기존에 운용하던 상품들은 만기 도래 후 운용지시 없이 4주가 경과하면 '향후 2주 이내 운용지시 없을 경우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하고 통지 이후에도 운용지시 없이 2주가 경과하면 적립금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으로 인정받은 실적배당형 220개 상품 중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포함된 상품 개수는 75%에 육박하는 165개에 달한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진행될수록 TDF 시장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적격 상품은 시간 경과에 따라 모니터링 결과로 인해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과 운용전략이 바뀌게 되는 상품 특성상 디폴트옵션 취지에도 잘 맞아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보다 먼저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 사례에 비춰 봤을 때에도 제도 도입 이후 TDF 시장은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금 시장은 2006년 미국식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이후 연평균 25%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말 기준 미국 TDF 순자산 규모는 1조8000억달러까지 늘었는데 2006년과 비교하면 15배의 성장세를 이뤘다.

2020년 뱅가드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디폴트 옵션 도입 이후 자동가입 방식을 채택한 신규 가입자 중 80% 가까이가 TDF를 선택했다. 기존 가입자 중에도 디폴트옵션 후광 효과로 인해 30% 가까이 TDF를 선택했다.

대한민국의 TDF 시장은 연금 투자 문화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급격히 성장했다. 2019년 말 기준 설정액 2조8799억이던 국내 TDF 규모는 2022년 말 9조1414억원까지 늘었다. 업체별 점유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3%를 차지하며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체 설계 생애주기 자산배분곡선(글라이드 패스) 기반 운용 전략이 장기 수익률은 물론 차별화된 상품구조를 통해 합성 총보수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TDF 시장 선두 이유로 꼽고 있다.

'미래에셋전략배분TDF'는 TDF 시리즈 중 2025, 2030, 2035, 2040, 2045에서 지난해 말 기준 3년, 5년 장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 중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96개의 TDF 상품을 리스트에 올리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에 130개를 차지하며 전체 상품 중 절반을 차지했다. 전체 운용사 중 100개가 넘는 상품 승인을 받아낸 것도 미래에셋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퇴직연금 비즈니스 도입 시점부터 장기플랜을 갖고 적극적으로 인력 확충과 함께 투자를 진행하며 선제적으로 사업을 강화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연금 선진국 사례를 봤을 때 디폴트옵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실적배당 상품 중 메인으로 평가되는 TDF 상품에 대한 운용사별 차별화된 상품구조와 장기 운용성과 등이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