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캔 판매···수제맥주 열풍 '곰표'제조사는 세븐브로이에서 제주맥주로 세븐브로이 "대표밀맥주로 시장 사수"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과 맺은 '곰표' 상표권 사용계약 종료에 따라 기존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에 맛을 계승한 '대표밀맥주'를 이달 출시한다.
새 맥주는 곰표밀맥주와 패키지 디자인에서 차이가 난다. 곰표맥주의 인기를 견인했던 요소는 '맛'보단 '디자인'이었다. 레트로 디자인이 젊은 층 감성을 건드렸다는 평가다.
곰표 브랜드의 3가지 색상(흰색·노란색·초록색)과 투박한 폰트가 주효했다. 푸근한 인상의 마스코트는 '과하지 않은 귀여움'이 포인트였다. 곰 캐릭터가 주는 친숙함은 소비자가 곰표맥주를 주목하게끔 했다.
실제 곰표맥주는 출시 초기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열풍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었다. 이들은 흥미를 유발하는 기획·이벤트에 높은 참여와 만족도를 보인다. 유행의 대명사가 된 상품을 소비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인싸 맥주 드디어 구했다'는 인증사진이 SNS에 잇따르며 곰표맥주는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하는 1등 제품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세븐브로이의 새 맥주엔 곰 대신 호랑이가 삽입됐다. 같은 흰색 바탕이지만, 곰표의 상징과도 같던 '초록색'은 없다. 대신 꿀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이 사용됐다. 귀여운 디자인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레트로'와는 거리가 멀어진 모습이다. 유행에 민감한 20~30대에 호응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세븐브로이와 계약이 종료된 대한제분은 '제주맥주'와 제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여름 새로운 곰표맥주를 출시한다. 패키지는 동일하지만, 제조사가 바뀌는 만큼 맛은 달라질 예정이다.
대한제분 측은 "수제 밀맥주 본연의 독창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라며 "전체적인 맛과 향의 균형을 두고 제주맥주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유일의 수제맥주 상장사인 '제주맥주'와 상장을 추진하고 있던 '세븐브로이'는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제주맥주는 2017년 '제주위트에일'을 시작으로 수제 밀맥주 강자로 자리 잡았다. 곰표밀맥주까지 품으며 제주맥주는 국내 밀맥주 분야 1위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다.
곰표맥주는 2020년 출시 이후 5850만캔이 판매됐다. 흥행에 힘입어 세븐브로이는 코스닥 상장 추진을 공식화할 정도로 몸집을 빠르게 불렸다. 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 420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57%, 3030% 증가한 수치다.
세븐브로이는 2024년 코스닥 상장을 위해 잰걸음 중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년 평균 매출 증가율이 상장 기준인 20%를 웃돌아, 경영성과 등 형식적 요건 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0%, 58% 떨어졌다. 수제맥주 열풍이 사그라지고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기업을 평가할 때 향후 성장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점에서 효자 상품이었던 곰표맥주를 잃은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곰표맥주 생산량 증대를 위해 설비를 증설하고 원료를 수입한 바도 있다.
대표밀맥주 출시는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생산시설과 원료가 남아 수제맥주 제품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대표밀맥주가 '맛'에서 '브랜드'를 앞세운 곰표밀맥주를 압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수익성 개선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세븐브로이는 외형 확대에도 힘을 주기로 했다. '대표', '강서', 한강' 등 다른 수제맥주 브랜드를 강화하고 수출 판로를 넓혀 회사를 키우겠다는 목표다.
주류 트랜드에 맞춰 하이볼 신제품을 내놓고 사업다각화에도 나선다. 지난해부턴 본격적으로 유럽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14개국으로 논알콜맥주와 수제맥주를 수출하며 흑자 경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세븐브로이 측은 수출과 유흥시장 대응, 신메뉴 개발로 수익성을 개선하면 상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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