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20여 곳에 '깜짝 선물' 보낸 컬리, 왜?

주문 수 톱 21개 단지 선정해 이달 21일까지 감사 선물

지난달 초에도 특정 고객 대상 손 편지·과자 세트 증정

대량 쿠폰 발송으론 '충성 고객 확보' 한계···업계 "긍정적"

그래픽=박혜수 기자

컬리가 최근 대형 아파트 단지 20여 곳에 '깜짝 선물'을 보내면서 화제다. 컬리는 그간 이와 같이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감성 마케팅'을 펼쳐왔는데, 충성도를 높이고 록인(Lock-in)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달 24일부터 주문 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 21곳을 수령지로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감사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 이달 21일까지 진행되며 기간 내 1회 수령 가능하다. 1차 증정품은 김, 계란, 햇반, 감사 카드며 2차와 3차 증정품은 소불고기 간편식과 감사 카드다. 1차 기간은 이달 7일까지며 2차는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다.

컬리 관계자는 "주문량이 많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2000~3000여세대 규모가 대부분"이라며 "해당 아파트 주민이 행사 기간 컬리에서 주문하면 선물을 함께 보내며, 대상 아파트 게시판 등에 안내문이 부착됐다"고 설명했다.

컬리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깜짝 이벤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초에도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서비스팀이 직접 작성한 손 편지와 '삼청동에그롤' 세트를 보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6주년을 기념해 한정판 엽서 세트와 김슬아 대표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객 관리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컬리의 행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히 더 세심하기로 꼽힌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손 편지를 보낸다거나 따로 선물을 기획해서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용이 뜸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컬리 주문이 뜸해진 이유'를 설문 조사하고 답례로 쿠키 선물 세트를 보내기도 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충성고객 이탈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컬리에서 선물을 보내줬다"며 인증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충성 고객도 아니고 가끔 주문하는데 아파트 주민들 덕분에 선물을 받아본다"며 "뜻하지 않은 선물은 무엇이든지 기분이 좋다. 컬리의 마인드가 조금 대단해 보인다"고 했다.

이번 선물 또한 고객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컬리를 이용했던 고객들에게는 더욱 컬리를 이용해야겠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충성도를 높이고 컬리를 아예 이용하지 않거나, 가끔 이용하는 소비자들 또한 이번 이벤트를 통해 추가로 주문하게끔 하는 전략이다.

컬리가 이 같은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기존 마케팅 방식으로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쿠폰, 할인, 적립금 추가 적립 등의 전략을 펼친다.

그중에서도 컬리는 큰 폭의 할인 쿠폰을 고객들에게 배포해 왔다. 그런데 이 쿠폰 할인의 경우 쿠폰이 들어올 때만 주문하는 이른바 '체리피커'들이 많아 충성고객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

특정 고객들을 콕 집은 타깃 마케팅의 경우 한정된 마케팅 자원을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주문이 많은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선물을 증정하면 주문 수와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배송 환경도 잘 갖춰져 있고 배송 기사가 수백 곳, 수천 곳을 한꺼번에 돌며 배송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또 깜짝 선물에는 컬리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인 'KF365(컬리프레시 365)' 제품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고객들에게 자사 PB 상품을 맛보게 하고 해당 고객이 추후 주문할 때 컬리 PB를 고려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업계도 컬리의 전략에 긍정적인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주면서 좋은 기억을 남겨두고 충성도와 록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효과가 검증되진 않았지만, 그만큼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도 컬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